정치권과 금융당국, "기부해라" "배당줄여라"...'감놔라, 배놔라'를 뿔난 은행 주주가 이해할까
정치권과 금융당국, "기부해라" "배당줄여라"...'감놔라, 배놔라'를 뿔난 은행 주주가 이해할까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1.02.0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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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배당 줄이고 코로나 부실 대비에 주력하라...“주주들 이해가 관건”
서민금융에 ‘사실상 기부하라’는 여당...“주주가치 훼손, 배임 이슈” 우려 증폭
금융당국의 배당성향 축소 권고와 여당의 이익공유제 참여 압박, 그리고 주주들 사이에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배당성향 축소 권고와 여당의 이익공유제 참여 압박, 그리고 주주들 사이에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배당성향 축소를 권고한 가운데 정부 여당은 이익공유제 참여를 압박하면서 그간 우려했던 대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은행권은 배당축소와 사실상 기부금 형식인 이익공유제 참여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이 둘 모두를 따르지 않을 재량은 없어 보인다. 이 가운데  해당 이슈와 관련, 은행권의 이익 공유가 주주가치를 훼손해 경영진들이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 배당 줄이고 코로나 부실 대비에 주력하라...“주주들 이해가 관건”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배당축소 권고와 여당의 이익공유제 참여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주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의 IR(투자자 대응·관리) 담당 부서에는 개인 투자자부터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배당과 이익공유제 논란과 관련 문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 금융지주 관계자는 “개인의 경우 주가가 떨어져도 문의가 오는 편이긴 하지만 최근엔 해당 이슈와 관련해 개인과 외국인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아직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안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주요 질문은 금융위원회가 최근 권고한 대로 따를 것인지와 정치권에서 요구하는대로 이익공유제에 참여할 것이지 등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은행권에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배당성향을 5~7% 가량 낮추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이 예년보다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상적으로 권고안은 구두 형식으로 내려지지만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당 성향은 배당금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배당 성향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줬다는 얘기다.

손실흡수 능력 제고가 명분이 된 금융당국의 배당축소 권고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출 연체와 부실 등을 대비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취지다.

당국의 배당축소 권고를 은행권이 받아들일 경우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을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당국의 취지를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주주들이 이해를 해줄지가 관건이다.

서민금융에 ‘사실상 기부하라’는 여당...“주주가치 훼손, 배임 이슈” 우려 증폭

자금 확보를 우선시 하라는 금융당국과는 달리 정부 여당은 은행권이 이익공유제에 동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의 이익공유는 서민금융기금 조성 등에 사실상 기부하는 형태로, 은행 입장에선 현금 유출을 의미한다. 은행권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명백한 사안이 되며, 경영진들은 배임 혐의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의 금융권 이익공유제 참여 논란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홍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이 금융업"이라며 "임대료만 줄이고 멈출 게 아니라 사실 기업이나 은행권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정책위의장의 주장대로라면 은행은 이자 이자율을 더 내리거나 불가피한 경우 이자 수취를 중단해야 한다.

여당은 서민금융기금을 현재 3500억원 정도에서 5000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재원은 정부가 공적자금이나 쌓여있는 여유 기금을 활용해 일부 출연하고,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로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방향을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서 은행들은 최소 1000억원 이상을 출연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취지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지만, 은행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거나 공헌하는 차원이 아닌 금융기관의 이익을 나눈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여기서 공헌은 당연히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기관의 주인은 경영진이나 정부가 아닌 주주이다”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관심은 은행이 정치권의 압박대로 이익공유 차원에서 서민금융기금 등에 사실상 기부 형태로 참여할 것인지에 몰려있다.

투자 회사가 정치권이나 당국 등 외부 압력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주주들은 경영진을 형법상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하거나 상법상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뜻한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리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투자은행(IB) 시장 전문가는 “외부 압력으로 자기 이익에 마이너스 변동이 생긴다면 이를 눈감아 줄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장 논리로 본다면 은행은 배당성향을 분배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하고, 은행 차원에서 이익공유제에 참여하는 것은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에 해당한다”라고 직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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