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평당 1억원 시대…깊어지는 ‘주거 양극화’의 골
아파트값 평당 1억원 시대…깊어지는 ‘주거 양극화’의 골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1.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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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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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평(3.3㎡)당 아파트값 1억원 시대가 도래했다. 현 정부 들어서 3.3㎡당 1억원을 웃도는 아파트 거래 건수가 지난 3년간 30배 증가하면서다. 3.3㎡당 1억원이 넘는 값에 거래를 마친 아파트 단지 수는 2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더해 값비싼 아파트와 저렴한 아파트의 격차를 보여주는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규제의 역풍으로 ‘주거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 강남 아파트 평당 1억원 훌쩍…재건축 개포주공 1.8억

27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3.3㎡당 1억원 이상에 매매 계약이 이뤄진 아파트 거래는 총 79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7년(26건) 대비 30배를 넘는 수준이다. 3.3㎡당 1억원 이상에 거래된 단지도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기간 3.3㎡당 1억원 이상에 거래가 이뤄진 단지는 68곳으로 2017년 단 세 곳이 1억원을 상회했던 것과 비교해 22배 이상 늘었다.

이들 단지는 주로 ‘강남3구’에 포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에서는 총 66개 아파트 단지가 3.3㎡당 1억원 거래를 마쳤다. 강남구(38곳), 서초구(23곳), 송파구(5곳) 순으로 많았다. 강북 지역에서는 용산구와 성동구에서 각각 1곳의 아파트가 3.3㎡당 1억원을 상회하는 값에 계약이 체결됐다.

2020년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3.3㎡당 값이 가장 비싼 단지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로 나타났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6㎡가 30억9500만원에 거래돼 3.3㎡당 값이 1억8086만원에 달했다. 다만 이 단지는 재건축이 진행 중이어서(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입주 후 넓은 주택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 가치가 반영돼 가격이 뛴 것으로 분석된다.

개포주공을 제외하고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가장 높은 가격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37억2000만원(14층)에 매매 계약서가 쓰였다. 3.3㎡당 가격은 1억4472만원에 달한다.

이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59㎡가 같은 해 6월 25억원(12층)에 거래되면서 3.3㎡당 가격이 1억3776만원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27㎡는 11억5000만원(5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돼 3.3㎡당 1억3734만원을 기록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3.3㎡당 9000만원을 넘긴 단지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전용면적 71㎡는 지난해 12월 말 20억원(17층)에 거래돼 3.3㎡당 값이 9223만원을 기록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정부의 세금 인상 압박에 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진 데다 장기화하는 저금리 기조와 공급 부족 신호까지 더해진 만큼, 올해 3.3㎡당 1억원을 상회하는 아파트들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똘똘한 한 채가 부른 규제 역주행…전국에서 ‘주거 양극화’

이처럼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3.3㎡당 1억원을 넘는 아파트의 증가세가 3년간 수십 배에 달하면서 ‘주거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8.5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12월(8.1)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다. 주택을 가격순으로 5 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눠 구한다. 이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전국 5분위 아파트값 평균은 9억5160만원으로 2019년 12월(7억3957만원) 대비 2억1203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분위 아파트값 평균은 1억1192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75만원 오른 수준이다. 5분위 아파트값이 28.7% 오를 동안 1분위 아파트값은 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지역별 5분위 배율은 대전(5.7), 울산(5.4), 광주·부산(5.3), 경기(4.8), 대구(4.6), 서울(4.2), 인천(3.9) 등의 순으로 높았다. 특히 지난해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은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이 201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에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기간 서울의 5분위 배율은 4.2로 나타나 전년(4.8) 동월 대비 유일하게 낮아진 지역으로 기록됐다. 다만 이는 부동산 규제로 인해 저가 아파트로 몰린 수요가 이들 아파트값까지 끌어 올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전세난과 불안 심리에 따른 젊은 층의 공황 구매, 강남을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등의 영향으로 고가 주택보다 중저가 주택의 가격 상승률이 가팔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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