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때리면 몇 표?...이익공유제 공방서 시장논리는 어디로
[기자수첩] 은행 때리면 몇 표?...이익공유제 공방서 시장논리는 어디로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1.01.2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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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시장 논리와는 거리가 먼 분들의 탁상공론에 자본주의 시장 논리는 고사(枯死)하고 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 실천 대상 업종 선정과 관련, 정치권의 시각이 은행권으로 쏠리는 데 대한 필자의 취재에 응한 한 시장전문가의 말이다.

최근 정치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업종이 은행권이라고 지목했다.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많은 이들이 은행권을 통해 대출했고 은행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으며 앉아서 돈을 벌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코로나19 대표 수혜 업종인 은행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은행이 이익공유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은 우선 대출자들에게 이자를 받지 말고 원금만 빌려주라는 의미로 좁혀진다.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라는 뜻이다. 은행도 월세와 인건비로 돈이 많이 들고 작년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은행보다는 소상공인이 더 어려우니까 우선은 희생하라는 말이다.

은행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명분도 제시했다. 20여년전 IMF 외환위기 때 90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을 들여 금융권을 살렸다는 것. 은행은 이윤의 극대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와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켜야 하는 게 제1의 경영목표인 민간기업이지만, 세금을 들여 살아난 곳이니까 희생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책임의 논리로 따지자면 현재 금융지주들의 주주가 20년전과 완전히 달라졌지만 상관없다. 또 IMF 때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은 일부 은행으로 이와는 상관없는 은행이 더 많지만 이 또한 따져볼 만한 쟁점이 못 된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뉴딜펀드에 금융권이 70조원 이상을 지원하고 11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도 진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금융권의 희생은 민심 앞에 가려지는 모양이다.  

지난해 대출 규모가 불어나며 은행권의 이자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은행권의 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지원에 대해 정부가 80%를 보증하면서 리스크를 대폭 줄여줬는데 은행은 이자나 받아먹는다는 비판이다. 여기서 정부가 80%를 보증한다는 말은 1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사람이 부도가 났을 시 800만원을 정부(실제로는 신용보증재단 등 공공기관)가 은행에 물어준다는 뜻이다. 대출자의 부도처리 1년 후 보증재단이 두 손을 들고 보증을 포기하면 그 돈은 결국 은행돈으로 메꿔야 하지만 이는 일단 현재 발생한 일이 아니니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 듯 싶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정치권의 행보에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요구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에 이익을 공유하라고 하는 것은 기업에 공공기관의 성격을 강요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이익이란 기업의 가치라고 볼 수 있는데 이익공유제는 그 가치를 깍아 내리라는 것”이라며 “기업은 자기 주주 혹은 사업주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기업이라면 손해를 보고 적자를 내더라도 이익을 나누는 게 맞지만 민간기업은 그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자발적으로 기부하거나 공헌하는 차원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이익을 나눈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여기서 공헌은 당연히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기관의 주인은 경영진이나 정부가 아닌 주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필자에게 “이익공유제와 관련 질문 자체를 안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부정적인 시각이 담긴 답변을 할 경우 익명으로 기사화돼도 결국 은행권에서 나온 의견이니 부메랑이 되어 은행에 돌아온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정치권의 압박은 금융당국으로 내려가고 이는 결국 은행권으로 돌아오는데 그 여파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더한 규제 혹은 강제로 반영이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자발적인 참여를 바라는 것으로 강제성은 없다는 정치권의 해명이 무색해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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