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자와 받지 못한 자…'주택 양극화' 짙어진다
물려받은 자와 받지 못한 자…'주택 양극화' 짙어진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1.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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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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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가 부동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올해부터 법인에 적용되는 각종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 지난달 법인이 쏟아낸 매물을 이들이 대거 매수하는 것으로 보이는 통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매수세는 부모의 지원이나 대출로 이뤄진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부터는 신용대출까지 어려워지면서 부모의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 사이에서 '주택 양극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법인이 팔아치운 주택, 10개 중 9개 개인이 샀다

20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법인이 팔아치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아파트)은 5만87건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7월(5만542건)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은 6·17 부동산 대책과 7·10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여서 법인들이 강화된 규제를 피하고자 매물을 쏟아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6·17 대책에서 법인에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주택을 처분할 때 적용하는 추가 법인세율을 기존 10%에서 20%까지 올렸다. 이어진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을 보유한 법인에 종부세 중과 최고세율 6%를 적용하고 취득세율을 12%로 묶었다. 취득세 감면 혜택도 제외했다.

7월 고점을 찍은 거래량은 8월에 3만6260건으로 크게 감소한 뒤 9월(4만5061건), 10월(3만6926건), 11월(3만3152건)에 등락을 반복하다 12월 5만건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법인의 주택 거래량은 전년도인 2019년과 비교해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 이들의 주택 거래는 2019년 7월 4만694건, 12월 4만3726건에 그쳤다.

12월 나타난 거래량 증가세는 법인에 대한 세제 강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부터 법인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내는 법인세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법인은 주택을 팔 때마다 10~25%의 기본세율에 추가 20%, 최대 45%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6월부터는 종부세 기본 공제 6억원도 제외된다. 취득세는 상한선인 12%로 일괄 적용된다.

법인이 쏟아낸 매물은 개인이 사들였다. 개인은 지난달 법인이 팔아치운 주택 5만87건 가운데 4만6284건을 사들였다. 이는 전체의 92%를 넘는 수준으로 지난해 월평균 3만5279건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 MZ세대가 이끄는 부동산 시장…"양극화 시그널"

이 같은 개인들의 매수세를 이끄는 이들은 MZ세대로 보인다.

12월 한 달 동안 20대 이하와 30대는 4만3138건의 거래를 체결하면서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0대(3만5662건), 50대(2만7374건), 60대(1만8705건) 순으로 집계됐다. 70대 이상은 8527건의 매매 계약서를 썼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온전히 개인의 힘으로 집을 사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모의 지원이나 대출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대출까지 받지 못하게 된 청년들 사이 주택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빅데이터로 살펴본 코로나19의 기록'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기(1분기)와 경제회복 촉진기(2분기) 사이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월평균 총소득, 총소비, 총대출은 전년보다 각각 2.9%, 9.3%,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30세대는 소득, 소비, 대출이 각각 4.0%, 10.6%, 5.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 증가율이 평균 대비 5배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신용대출을 사실상 틀어막으면서 대출로 집 사기도 어렵다는 푸념이 나온다. 정부는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이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대출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또 연 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묶었다.

아파트 증여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거래원인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뤄진 아파트 증여는 총 9만1866건으로 2019년(6만4390건) 대비 42.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반기와 하반기 대출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현재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사실상 막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이어 "소득 등 주택을 구매할 여력은 되지만 현금이 부족한 이들은 집을 장만하기 어려워지는 반면, 부모의 도움이나 증여를 받은 이들은 어려움 없이 집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는 집안 배경이나 재산 규모에 따라서 양극화가 심화하는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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