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서정윤의 아름다운 동화집
이청준-서정윤의 아름다운 동화집
  • 북데일리
  • 승인 2006.05.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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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이야기 꾼 작가 이청준과 시인 서정윤이 동화집을 냈다.

이청준은 ‘뻐꾸기와 오리나무’ ‘봄 들녘 술래와 금단추 꽃’ 등 2편을 포함한 18의 이야기를 <사랑의 손가락>(문학수첩. 2006)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봄 들녘 술래와 금단추l 꽃’은 들꽃 감상이 취미인 한 남자로 인해 풀숲에 봄소식을 전하고 다른 들꽃들을 깨우는 술래 꽃인 할미꽃과 민들레를 잃어버린 숲의 봄에 대한 이야기다.

표제작 ‘사랑의 손가락’은 엄마와 아빠의 지극한 사랑을 지켜보던 아이가 제 손가락의 핏방울로 죽음 직전이 엄마를 구해낸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

‘서구 소설 장르의 한국적 갱신의 과정’이라는 격찬 받는 이청준답게 한국의 아름다운 정서와 풍정을 동화집 곳곳에 녹여냈다.

엽서와 편지지를 장식하던 유명한 시 ‘홀로서기’의 작가 서정윤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시인 특유의 풍부한 감수성을 조합시켜 동화집 <그리움이 불어올 때>(문학수첩. 2006)를 발표했다.

꽃과 나무가 ‘왜’ 피어나는지, ‘왜’ 거기에 있는지 궁금한 아이들. 시인은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들여다본다. 어른들을 뜨끔하게 만들 만한 놀라운 성찰이 그 맑은 눈망울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질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

“세상의 모든 일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나’가 아니어도 잘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과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아이가 어느 날 문득 아빠의 존재와 아빠의 관심을 귀찮아하는 눈치를 보인다면, 어찌 쓸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애편지의 한 구석을 알토란처럼 채워주던 시인의 문장은 여전히 사려 깊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슬프고 아프다.

적막한 세상 안에 묻혀 있던 이야기를 꺼내는 두 작가의 글 솜씨가 눈부시게 빛난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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