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돼도 달랑 집 한 채 사는 한국…신혼부부 밀려난다
로또 돼도 달랑 집 한 채 사는 한국…신혼부부 밀려난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2.3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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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지난 19일 발표된 제942회 로또 1등 당첨자 6명은 각각 37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인생 역전이라는 로또가 강남 아파트 한 채밖에 못 사는 수준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달 서울 강남에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34평형 아파트가 37억원에 팔렸다. 이뿐만 아니다. 전국에서 최고가가 10억원 이상인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신혼부부가 가장 선호하는 25평 아파트도 강남에서는 26억원이 넘는다. 전세라도 들어가 우수한 학군에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신혼부부가 13년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반포 ‘아리팍’ 37억…부산·대전·대구·창원도 10억으론 부족

3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12월 거래된 34평형(전용 84㎡) 아파트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로 집계됐다. 이 단지는 지난 22일 14층이 3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18년 9월 같은 동 15층이 31억원에 거래됐었다. 불과 2년 새 6억원 이상 껑충 뛴 셈이다.

경기에서는 분당에 위치한 백현7단지휴먼시아가 17억원에 팔려 이달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로 기록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같은 동 9층이 13억9700만원에 팔리면서 올해 6월까지 14억원대에 거래돼왔다. 반년 새 최고 3억원 이상이 오른 셈이다.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지방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 가운데 10억원 이상에 팔린 단지가 7건으로 조사됐다. 가장 비싼 값에 팔린 아파트는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삼익비치타운으로 이 단지는 이달 19일 16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어 해운대구 해운대롯데캐슬스타(15억원), 동래구 롯데캐슬더클래식(12억원), 수영구 남천더샵프레스티지(10억8390만원), 수영구 광안쌍용예가디오션(10억5500만원), 해운대구 더샵센텀파크1차(10억500만원), 해운대구 해운대동백두산위브더제니스(1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구에서는 수성구 수성알파시티동화아이위시가 11억3500만원에 거래돼 이달 대구에서 팔린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아파트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수성구에 위치한 4개 단지가 10억원 이상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에서는 유성구 대전아이파크시티1단지가 10억2800만원에 거래됐다. 세종에서는 3개 단지, 경남은 1개 단지 등이 10억원 이상에 팔린 아파트에 이름을 올렸다. 경남 창원 의창구에 위치한 이 단지는 올해 초 7억원대에 팔렸는데 1년여 만에 3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상승세가 수도권과 비등한 모습을 보였다.

■ 사교육 메카 대치동, 신혼부부 진입 ‘불가’…자녀 없으면 지원 어려워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신혼부부가 가장 선호하는 25평형(전용 59㎡)의 최고가와 최저가 매매 가격 차이는 2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길훈아파트는 지난 24일 1억8300만원에 팔린 반면, 반포주공1단지는 12일 26억5000만원에 팔렸다.

통계청이 이달 내놓은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혼부부 126만117쌍 가운데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23만2454쌍으로 전체의 18.4%를 차지했다. 이들은 69.8%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지만,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신혼부부는 42.9%에 그쳤다. 이들이 가진 주택의 값은 1억5000만원~3억원대가 가장 많았다.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는 6%에 그쳤다. 이들의 합산 평균 소득은 연 570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000만원~5000만원대가 전체의 24.3%로 가장 많았지만 1억원 이상은 11.1%에 머물렀다.

학원가가 몰려있는 강남구 대치동의 선경3차 아파트의 올해 전세 거래 평균값은 6억6300만원이다. 연 소득 5000만원대의 평범한 신혼부부가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 이상을 모아야 겨우 진입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단지의 매매는 지난해 16억원과 17억원으로 각각 두건이 집계됐다. 최대 34년 동안 일절의 소비 없이 모아야 살 수 있다. 물가 상승률과 현재의 집값 오름세를 더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용산구 한남동 인근에서 지난 6월 신혼집을 차린 30대 정 씨는 “지금 15평 내외의 빌라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인근 아파트로 진입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수도권 외곽 지역의 값싼 아파트를 보고 있지만, 막상 나가면 서울로 다시 들어오기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년 이내에 자녀 계획이 있는데 그 안에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해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자료=
자료=국토교통부 신혼희망타운

현재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 사업은 임대주택 공급, 신혼희망타운 등 신혼부부 특화단지, 자금 지원 등이다. 자녀가 없으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고양시에 세우는 신혼부부 특화단지는 ▲가구소득 ▲해당 시·도 연속 거주 기간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인정 횟수 등을 산정해 1단계에서 30% 물량을 배정한다. 나머지 70%는 2단계에서 배정하는데, 미성년 자녀 수에 따라 가점을 매기기 때문에 자녀가 없으면 사실상 분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도심 내 ‘청년특화주택’ 7만6900가구를 포함, 총 27만3000가구를 5년 이내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청년특화주택은 ▲일자리 연계형 ▲역세권 리모델링형 ▲기숙사형 등이다. 주로 중소기업 근로자와 창업자, 대학생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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