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노다지, 은행·빅테크·카드사 모두 가세...‘경쟁력이 핵심’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내년 카드사들의 최대 화두는 ‘포스트 코로나’ 대처와 ‘신사업 경쟁력 강화’다. 먹구름 낀 예측만이 즐비했던 지난해 업계 전망과 달리 내년은 카드사에 위기도 있겠지만 기회도 함께 찾아오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카드사는 내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로 인한 부실 관리에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한편 그간 목말랐던 신사업 활로가 열리는 점은 호재가 될 전망이다.
■ 코로나 리스크 얼마나 될까...카드론, 부실 우려는↑ 수익성은↓
카드사들은 내년에도 수익성 방어에 안간힘을 써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잠재리스크는 확대되는 가운데 수익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의 카드론(장기대출) 취급액은 35조3122억원으로 전년 동기(31조3469억원)보다 12.64% 늘었다.
올 들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을 내 투자), 코로나발(發) 생계자금 등으로 대출수요가 폭증하면서 카드론도 함께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론의 증가와 감소 현상 자체가 대출 부실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핵심인데 카드사들의 건전성 수준은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포함 연체율(대환대출제외) 평균은 1.453%로 전월(1.446%) 대비 0.007%포인트 소폭 올랐다. 연체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14조원 규모의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대출원금 만기 및 이자유예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내년 상반기부터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지속되고 뚜렷한 경기 회복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실물경제가 갑자기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가지기 어려워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뒷받침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연체율로 건전성 수준을 가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실물경제 위기는 금융권에 그대로 전이되는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를 가지기가 힘들고, 유예 조치가 끝나는 시점에 대출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좋을 것이란 기대는 더욱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유예 조치가 종료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손충당금은 미회수된 매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돈을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미리 설정하는 준비금이다. 부실이 많이 날수록 그만큼 비용(대손상각비)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회사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내년 하반기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는 점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은 최근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카드사는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 기존대출 금리를 소급해 낮춰야 한다는 소급적용 약관이 없기 때문에 기존 대출에 대해 금리를 기존 대출에 대해 금리를 소급적용할 의무는 없다. 다만 지난 2018년 최고금리가 인하(27.9%→24%)될 당시에도 기존 대출에 대해 인하된 금리에 맞춰 소급해 낮춘 바 있다. 의무는 없지만 당국의 압박에 자발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카드사에 따라 금리가 20% 이상인 카드론 비중이 20%가 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익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마이데이터 노다지, 은행·빅테크·카드사 모두 가세...‘경쟁력이 핵심’
새해 카드사들은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최대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내년 본격적으로 확대되는데 카드사뿐만 아니라 은행과 카드사, 빅테크 모두 뛰어들기 시장 우위를 선점하려는 싸움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회사 가운데 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를 받은 회사는 신한·KB국민·우리·현대·BC카드로 총 5곳이다. 1차 사업자 신청을 하지 않은 롯데카드는 향후 2차로 신청할 계획이고 삼성·하나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 보류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한 기업은 총 35개 사다. 이 가운데 여전사 5곳을 포함해 총 21개사가 예비허가라는 문턱을 넘어섰다. 예비허가를 받은 곳은 내년 1월말 본허가를 통해 최종 서비스 제공회사로 선정될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마이데이터를 통한 개인정보 활용으로 자사 회원들의 종합자산관리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여러 금융기관이 각각 보유한 개인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로, 마이터 사업자는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개인에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무수히 많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만들어주는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가맹점별 상세 매출내역과 사업자 민원·사고이력 정보 등을 보유한 카드사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에 진입한다면, 사업체의 성장성 등 보다 상세한 신용평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마이데이터 사업을 허가받은 카드사는 결제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에 해당 정보를 판매하거나 카드 결제 데이터가 필요한 개인 소비자에게 맞춤 컨설팅과 사업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신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카드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 자산관리 사업은 물론 데이터 유통 부분까지 카드사의 사업 범위가 기존보다 훨씬 방대해진다는 뜻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 온 은행·카드사를 비롯한 빅테크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선점 싸움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경쟁력일수록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카드사는 경쟁 카드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와도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카드사에 오랜만에 찾아온 큰 기회이자 가장 부각되는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라며 “특히 빅테크에 밀리지 않도록 총력을 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