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금융뉴스 돌아보기 上] 라임사태 휘몰아친 금융권...신뢰 제고만이 살길
[2020 금융뉴스 돌아보기 上] 라임사태 휘몰아친 금융권...신뢰 제고만이 살길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2.28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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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도 몰랐어요’ 궁색 변명 “안 통한다”
“사태 원인은 운용사지만 피해를 키운 건 판매사"
금융권, 신뢰 되찾기 사활...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 주력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디스커버리부동산펀드, 독일 헤리티지부동산DLS 등 환매 중단 및 연기된 사모펀드 규모는 총 6조689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디스커버리부동산펀드, 독일 헤리티지부동산DLS 등 환매 중단 및 연기된 사모펀드 규모는 총 6조689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소비자 신뢰를 되찾는 것이었다. 은행과 증권사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대기업이라는 금융소비자들의 믿음이 라임자산운용 등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풍비박산이 났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존폐(存廢) 여부의 핵심 자산인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해 올 한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고객들의 신뢰가 회복되었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라임 사태'의 광풍 속에서 은행과 증권사가 고객 신뢰를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짚어본다.

‘판매사도 몰랐어요’ 궁색한 변명 “안 통한다”...위축되는 사모펀드 시장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모펀드 4개·자펀드 173개에 대해 환매를 중단했는데 폰지사기, 수익률 조작 등 상품의 설계에 사기가 이루어졌으며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까지 이어지는 등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논란을 빚은 사건이다.

현재까지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규모는 총 1조6679억원이며, 이외에도 옵티머스자산운용, 디스커버리부동산펀드, 독일 헤리티지부동산DLS 등 환매 중단 및 연기된 사모펀드 규모는 총 6조689억원으로 추정된다.

올 한해 금융권을 뒤흔든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지난해 5월 라임자산운용이 편법 거래를 통해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소수 언론사를 통해 나오기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당시만 해도 금융사들은 피해 규모가 6조원을 육박할 수준이라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모펀드 사태의 주범은 운용사였으나 피해 투자자들의 모든 비난의 화살은 금융사로 향했다. 투자자들의 투자는 운용사에 대한 신뢰가 아닌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 때문이다. 판매사(은행·증권)들 또한 운용사에 사기를 당했다는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수조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변명은 아니라는 비난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억울하다는 변명을 하기엔 피해자가 너무 많고 피해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라며 “사태의 원인은 운용사지만 피해를 키운 원인은 판매사들에 있다. 판매사들이 그동안 사모펀드 상품 취급에 있어서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 비난 여론은 금융사와 함께 금융당국을 향했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체계는 허술했다는 비판이다. 2015년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시장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는데 진입 장벽을 낮춰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였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의 설립·운용·판매에 관한 규제도 합리화했다. 운용사 설립 후 2주 내 사후 보고할 수 있게 하고, 펀드 내에서 부동산·증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허용했다. 사모펀드 운용전문인력 자격 요건도 완화돼 국내외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에서 3년 이상 근무하고 금융투자협회의 펀드 운용관련 교육을 이수한 금융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사모펀드 운용이 가능해졌다.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도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라임사태를 시작으로 연달아 발생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증권사 전체 펀드 판매 잔고는 4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조6000억원보다 25.5% 감소했다. 특히 이 기간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52조8000억원에서 22조4000억원으로 57.6% 급감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의 펀드 판매 수익도 10%가 넘게 줄었다.

금융권, 신뢰 되찾기 사활...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 주력

금융권은 나락으로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올 한 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고객 보호를 위한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했고, 너도나도 소비자보호 조직을 신설했으며 상품출시와 판매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사후관리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신한은행은 연초 조직개편에서 고객보호를 총괄하는 '소비자보호그룹'을 신설했으며, 올해 성과평가체계에 '같이 성장(Value up together)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지난 8월 신한은행은 영업점 7곳의 투자상품 판매를 1개월간 정지한 바 있다. 대상 영업점은 은행이 자체 시행하는 파생결합증권 상품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암행 점검)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은 곳들로, 지난 1월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를 도입한 후 첫 실행 사례다. 신한은행은 고객 보호를 강화하고 임직원에 투자상품 판매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를 도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고객자산 리스크관리에 방점을 두고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개편을 통해 국민은행은 펀드, 신탁 등의 고객자산에 대한 리스크관리 업무를 은행 고유자산 리스크를 담당하는 리스크관리부서로 이관했다. 은행고유자산 리스크관리 정책에 준하는 의사결정 협의체를 추가로 신설하는 등 고객자산에 대한 적극적 리스크관리와 더불어 은행의 고객자산관리 책임을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사모펀드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를 인식하고 정비에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은 고객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는데 주력했다. 올해 2월 기존의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나눠 재편하고 신설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은행장 직속 독립 조직으로 뒀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존 ‘WM그룹’ 명칭을 ‘자산관리그룹’으로 변경했다. 은행 전체 자산관리 전략수립과 추진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에 이어 증권가에도 소비자보호 강화에 방점을 찍은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그간 금융상품 출시와 판매에만 포커스를 뒀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사후관리까지 범위를 넓혔다. ‘제2의 라임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여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그동안 자체 내에서 출시하는 상품만 관리하던 범주도 외부(자산운용사) 상품까지 확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하반기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해 ‘상품심사감리부’를 업계 최초로 출범시켰다. 상품심사감리부는 ▲출시예정인 내부 상품 사전심사 ▲자산운용사 상품 사전심사 ▲상품 사후관리 모두를 관리한다. 즉 하나의 본부에서 신한금투 자체내에서 출시하는 금융상품과 신한금투에서 판매하는 외부운용사 상품까지 전부 들여다보고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상품공급 부서를 IPS(Investment Products&Services) 본부 한곳에 편제해 상품공급체계를 일원화시켰다. 상품 관리를 여러 부서에서 분담하는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관리 자체를 더욱 전문적으로 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신한금투는 기존 헤지펀드운용본부, 신탁부, 랩운용본부를 IPS본부로 편제했다.

대신증권도 고객 보호 및 신뢰 회복을 위한 하반기 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대신증권은 개편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총괄 책임자(CCO)를 선임하고 산하에 상품내부통제부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금융상품 관련 관리감독 업무를 소비자보호부가 총괄했으나 앞으로는 상품내부통제부에서 상품출시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두 점검한다. 금융상품 출시부터 판매 과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등 금융상품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소비자보호총괄 CCO에는 김성원 상무를 임명하고 관리감독 책임자를 부서장에서 임원급인 부문장으로 격상시켰다. 회사 측은 금융상품 관련 관리 감독을 기존보다 강화해 상품의 출시부터 사후관리까지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도 상품 판매 이후 사후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상품김리팀을 신설하고 판매된 상품이 제안서와 같이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투자자 고지사항 발생 시 지침에 따라 투자자 고지 업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지속 점검하고 있다. 또한, 판매직원들의 성과평가기준(KPI)에 손님수익률, 고객관리, 분쟁발생건수 등 소비자보호항목 가중치를 높이는 한편, 금융소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품의 개발과 판매, 사후 전 과정에서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소비자패널’ 제도를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는 “사실 금융사들의 이러한 노력은 사모펀드 활성화 초반에 이뤄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라도 시작됐으니 다행이다. 현재 수준에 안착하지 말고 더욱더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조직과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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