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객 돈이 ‘남의 떡’ 될라...증권사 오픈뱅킹 딜레마
내 고객 돈이 ‘남의 떡’ 될라...증권사 오픈뱅킹 딜레마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2.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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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NH·키움 등 16개 증권사 오픈뱅킹 서비스 개시
오픈뱅킹, 투자활성화 효과는 긍정적...‘내 고객 돈’ 경쟁사에 흘러갈 위험
신규고객 유인 경쟁 이어 충성고객 만들기 경쟁 더 치열
미래에셋대우·메리츠증권 MTS 화면 자료. (사진=각 사)
미래에셋대우·메리츠증권 MTS 화면 자료. (사진=각 사)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각종 이벤트를 벌이며 오픈뱅킹 가입자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온 금융권이 달려든 만큼 이제는 보편화된 서비스지만 자사 고객들에게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모습을 심어줄 필요가 있어서다. 증권사들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좀 더 편한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는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며 증권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오픈뱅킹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증권사는 고객이 자사 증권계좌에 담아 놓은 돈을 지키는 게 어려워진다는 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서비스로 내 고객이 다른 증권사로 갈아탈 확률은 떨어지지만 자사 고객 자금이 다른 증권사로 넘어가는 것은 그만큼 쉬워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증권가에는 내 고객 돈이 자사를 통한 거래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드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다수 증권사가 오픈뱅킹 서비스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다른 금융기관 계좌를 등록하면 커피쿠폰부터 최신형 스마트폰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며 자사 오픈뱅킹 서비스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를 기념해 '뭉쳐야 잘산다'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를 통해 오픈 뱅킹 서비스에 가입한 모든 고객에게는 편의점 상품권 2000원권을, 추첨을 통해 총 2명에게는 비스포크 냉장고와 최신형 갤럭시Z 폴드2를 제공한다. 또 22일부터 24일까지 해당 기간에 오픈뱅킹 서비스를 등록한 고객에게는 편의점 상품권 2000원이 추가로 더 준다.

신한금융투자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출시하고 '뱅킹은 오픈! 경품은 어택!’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에서는 오픈뱅킹 가입시 추첨을 통해 커피쿠폰을 지급한다. 또한 가입 후 오픈뱅킹을 통해 신한금융투자 계좌로 입금한 금액에 따라 추첨을 해 블루투스 무선이어폰,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를 제공한다. 이외 다른 증권사들도 오픈뱅킹 서비스 개시와 함께 각종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으로 내가 소유한 모든 금융사의 계좌 조회·결제·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소비자들에겐 간편하고 신속한 금융 처리를 가능하게 해 편의성이 제고된다는 장점이 있다. 증권사가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1금융권인 은행과 빅테크 기업들은 먼저 시행한 결과 사용자들의 이용 빈도가 폭발적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기준 오픈뱅킹 누적 가입자는 5894만명이고 계좌 수는 9625만좌다. 오픈뱅킹 조회·이체 누적 이용 건수는 24억4000만건에 이른다.

증권사는 지난 22일부터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국내 증권사 중 자사 MTS 등을 통해 오픈뱅킹 서비스를 개시한 회사는 16곳이다. 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이다.

오픈뱅킹 서비스는 투자자들에겐 더욱 간편하고 편리한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지만 증권사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오픈뱅킹으로 자사 고객이 다른 경쟁사 MTS·HTS로 갈아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지만 자사 자금이 경쟁사로 흘러갈 가능성은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오픈뱅킹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고객은 우선 증권사 MTS·HTS 계좌 이체 단계가 기존보다 훨씬 간단해졌다. 그간 타 금융사 계좌에서 자금을 이동하기 위해선 보고 있던 화면을 이탈해 다른 금융사 앱에 접속한 후 계좌 이체를 실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오픈뱅킹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한 화면에서 터치만으로 타 금융사 돈을 끌어올 수 있게 됐다. 이체 수수료가 무료인 것은 기본 서비스다.

이와 함께 고객은 다른 금융사 계좌에 남아있는 나의 잔고를 일일이 들어가 보지 않아도 한 화면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다른 증권사와 은행에 남아있는 내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하나하나 계산해보지 않아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는 투자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 화면에서 다른 금융사에 있는 내 자금의 잔액이 눈에 보이고, 이 돈을 쉽게 끌어올 수 있게 되면서 투자가 조금 더 활발해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증권사가 자사 고객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만 하는 요인이 된다. 하나의 증권사 MTS만을 이용하는 고객만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식 거래를 많이 하는 고객일수록 2~3개 증권사 MTS·HTS를 사용하기 때문에 증권사는 고객이 자사 MTS를 통해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제 증권사들은 신규고객 유치 경쟁뿐만 아니라 내 고객 관리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금의 이동이 쉬워진 만큼 내 고객 뺏기기도 쉬워졌다”면서 “고객이 자사를 통한 거래를 계속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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