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일변도 24개 부동산 대책, 수도권 집값 키웠다
규제 일변도 24개 부동산 대책, 수도권 집값 키웠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2.15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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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 11년 만에 최고
서울 거래량 줄고 집값 오르고…수도권 집값 상승 부추겨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24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에는 6번의 집중 규제 정책이 줄을 이었다. 정부가 '투기 세력'이라는 실체 없는 집단과의 전쟁을 치르는 사이, 시장은 집값 상승으로 대책에 화답했다. 치솟은 집값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까지 위협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중위소득 가구가 집을 살 때 상환해야 할 원리금 부담을 지수로 나타낸 주택구입부담지수(K-HAI)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올해 계속된 부동산 규제로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7·10 대책을 기점으로 크게 줄었다. 매물이 감소함에 따라 집값 상승세는 식을 줄 모르는 모양새다. 이에 더해 서울에서 빠져나온 수요가 인천·경기 등 수도권 외곽으로 몰리면서 결과적으로 수도권 전체의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집 사기 부담된다” 11년 만에 최고

15일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전 분기보다 1.7포인트 상승한 144.5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4분기 150.8포인트를 나타내면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이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을 가진 도시 근로자가 중간값의 주택을 사들일 때 가지는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낸 지수다. 가구소득의 약 25%를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부담할 경우, 지수는 100포인트로 산출된다. 이는 중위소득을 가진 도시 근로자가 중간 가격의 아파트를 살 경우, 소득의 약 25%를 원리금 상환에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지수가 증가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는 주택 구입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16년 4분기 100을 넘어선 뒤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8년 133.3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124.6, 123.6포인트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 3포인트가 상승하면서 이내 오름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푼 데 이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한 해 동안 계속되고 있어,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영상 주택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속적인 금리 인하에도 서울 주택 구입 부담 수준은 장기평균을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 서울→인천·경기로…수도권 집값 ‘상향평준화’

이에 더해 7·10 부동산 대책으로 시행된 각종 규제로 서울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줄어들었다. 지난 7월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최고 6%까지 끌어올리고 1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물리는 양도소득세를 70% 부과하는 등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에서 이뤄진 주택 매매 거래는 7월 2만2662건으로 나타나 하반기 고점을 찍은 뒤 8월(1만4459건), 9월(1만755건), 10월(1만629건) 순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아파트 거래량은 8월 6880건으로 쪼그라들어 전월(1만6002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매물이 늘어나 시장에서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정부의 분석과는 동떨어진 양상이다.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집값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르는 모습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11월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 폭을 키웠다. 금천구(3.36%)와 중랑구(2.78%), 도봉구(2.60%), 노원구(2.49%) 등 주로 중저가 주택이 포집한 지역에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서울의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고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천과 경기 등은 거래량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잠잠해진 주택 매수세가 수도권 외곽으로 몰린 셈이다. 이 지역들은 매매 가격 역시 상승 폭을 키우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집값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는 지난달 대비 10% 늘어난 4만2000건을 기록했다. 서울은 전월 대비 1.2% 소폭 감소한 반면, 인천과 경기는 각각 24.5%, 12.4%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수도권 전반의 집값이 뛴 셈이다.

11월 월간 주택가격동향에서도 인천·경기의 집값 상승세는 확연히 드러난다. 이 기간 경기의 집값 상승률은 1.64%, 인천은 0.72%로 상승세가 확대됐다. 경기에서는 김포(7.76%), 고양 일산동구(2.75%), 성남 중원구(2.71%), 고양 덕양구(2.53%), 수원 권선구(2.32%) 등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김포는 지난달 19일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기 전 풍선 효과가 두드러진 곳이다.

인천에서는 부평구가 1.38% 올라 상승률이 가장 돋보였다. 이어 서구(0.81%)와 계양구(0.79%)도 오름폭을 키웠다. 계양구에서는 저렴한 중소 단지들이 밀집된 작전·계산동 일대가 소폭 상승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은 서울 강서권과 인접해 있어, 치솟는 서울 집값에 밀려오는 실수요층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하락한 곳은 이천(-0.91%)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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