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빅테크 역차별 해소 '훈풍'...은행의 득과 실은
금융권·빅테크 역차별 해소 '훈풍'...은행의 득과 실은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2.14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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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앱서 배달이라니...은행권, 금융소비자 끌어올까 ‘기대속 환영’
오픈뱅킹 ‘실’에 이어 빅테크 계좌 발급까지...은행권 ‘독점력’ 위협
최근 은행의 플랫폼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금융 기술)·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간 공정한 경쟁·혁신을 위해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은행의 플랫폼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금융 기술)·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간 공정한 경쟁·혁신을 위해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최근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금융 기술)·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간 공정한 경쟁·혁신을 위해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핀테크 산업 활성화 정책으로 생겨난 금융권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두 업계 간 역차별 해소 및 형평성 제고 흐름은 은행권에 득과 실을 동시에 안겨줄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앱서 배달이라니...은행권, 금융소비자 끌어올까 ‘기대속 환영’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플랫폼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은행권이 환영하고 나섰다. 거대 수익원으로 이어질 것이란 큰 기대는 없지만 금융소비자가 현재보다 더 많이 은행을 이용하게끔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 등 빅테크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에 진입한 것처럼 은행도 음식 주문, 부동산 서비스, 쇼핑 등 금융·생활 플랫폼으로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은행권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막대한 회원 정보를 보유한 빅테크 기업이 통장 개설(일부 기업) 및 결제 같은 전통적인 금융 영역까지 침범하자 위협을 느낀 은행권은 같은 금융서비스를 취급하면서도 규제는 은행만 받는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에 당국은 금융회사와 핀테크·빅테크 간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의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제도 개선 문제를 다뤄왔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는 디지털 금융 협의회를 열고 제도 개선 전이라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플랫폼에 기반한 은행의 혁신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플랫폼 사업 영역 확대가 어떤 서비스로 이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은 엄청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우선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등 하루에 수십번씩 이용하는 빅테크 플랫폼과는 달리 하루에 한번도 이용하지 않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은행의 플랫폼 사업 영역 확대로 나올 수 있는 서비스로는 은행 앱에서의 쇼핑, 음식 주문 서비스 정도다. 이렇게 되면 은행 앱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는 주거래 은행 앱에서 금융과 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포인트 혜택도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요인이 제공된다면 은행 앱을 사용하는 빈도수는 현재보다 확대될 것이란 기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배달이나 쇼핑 시장을 이미 선점한 핀테크·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은행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그럼에도 고객의 은행 앱 사용 빈도를 현재보다 올릴 수 있고 이로 인한 부수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뱅킹 ‘실’에 이어 빅테크 계좌 발급까지...은행권 ‘독점력’ 위협

플랫폼 사업 영역 확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일컬었던 은행권에 대한 역차별이 약간은 해소됐지만, 종합지급결제업이 빅테크에도 개방되면서 은행권은 그동안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디지털 금융 협의회에서 카드사와 빅테크 기업에 종합지급결제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핀테크·빅테크의 종합지급결제업 진출은 은행의 독점 지위를 잃게 만드는 큰 요소가 된다.

종합지급결제업의 핵심은 카드사나 빅테크·핀테크도 계좌를 발급해 소비자의 돈을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핀테크·빅테크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때 은행과 제휴로 계좌를 연동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자체 발급 계좌로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은행의 주수익원인 예금과 대출까지 종합지급결제업자에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송금·급여이체·카드대금납입·보험료납입 등 다양한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준(準)은행의 역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종합지급결제업 라이선스를 취득할 계획이다.

은행의 독점력은 오픈뱅킹 활성화로 더욱 약화 될 전망이다. 오픈뱅킹은 계좌조회나 이체 등 은행의 핵심 금융기능을 표준화해 다른 사업자에게 개방 은행권 공동 인프라로 ‘공동결제시스템’이라고도 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하나의 앱으로 내가 소유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결제·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들에겐 간편하고 신속한 금융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편의성이 제고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은행에는 수수료수익 감소 및 주고객을 다른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에 뺏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오픈뱅킹이 확대하는 만큼 은행의 ‘락인 효과(Lock-in effect)’는 감소할 전망이다. 락인 효과란 한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설정한 고객이 다른 은행 등으로 갈아타지 않고 계속해서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오픈뱅킹 활성화로 소비자는 다른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으로의 이동이 쉬워졌고 은행의 금융소비자 독점력은 약화된다.

이와 함께 오픈뱅킹 수수료가 도입되면서 폰뱅킹 등 기존 각자 계약 체결 때보다 수수료 수익이 줄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전자금융수수료는 23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8.7% 줄었고 하나은행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으나 하락세는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과 빅테크·핀테크 형평성을 맞춰가는 흐름이 은행권에 득과 실 중 무엇을 더 가져다 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은행권의 숨 가뿐 노력 없이는 빅테크를 넘어 시장을 선점하기엔 수월찮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 전반에서의 시장 선점을 넘어 이제 전통 은행권에도 빅테크는 상당한 위협이 되는 경쟁자가 됐다”라며 “은행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빅테크의 기술을 부지런히 쫓아 금융에 접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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