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지주사 출범 보름 앞…건설·유화 ‘일거양득’ 기대
대림산업 지주사 출범 보름 앞…건설·유화 ‘일거양득’ 기대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2.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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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림산업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대림산업의 지주사 체제 출범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1939년 '부림상회'라는 간판으로 시작한 지 81년만이다. 대림산업은 분할을 통해 디벨로퍼 분야를 강화함과 동시에 석유화학부문 신사업 발굴 등 미래 먹거리 투자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 지주사 체제 전환 앞두고 신소재 사업 확장

대림산업은 지난 4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99.5%의 압도적인 찬성률 속에 기업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참석률은 68.4%를 나타내면서 기업 분할 승인 요건인 전체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동을 무탈하게 받았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은 디엘홀딩스와 디엘이앤씨로 인적 분할되고 디엘홀딩스에서 디엘케미칼을 물적 분할한다. 디엘홀딩스와 디엘이앤씨는 기존 회사 주주가 지분율에 따라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다. 분할 비율은 디엘홀딩스 44%, 디엘이앤씨 56%다. 디엘홀딩스는 석유화학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디엘케미칼을 신설한다. 디엘홀딩스가 디엘케미칼 주식 100%를 보유하는 형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그동안 건설 사업과 석유화학 사업이 독립적으로 성장 전략을 추진해 나갈 최적화된 시점을 모색해왔다”며 “지주회사 중심의 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부문인 디엘이앤씨는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발판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면서 생산성을 혁신하고 디벨로퍼 중심의 토탈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부문 디엘케미칼은 저원가 원료 기반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윤활유와 의료용 신소재 등 스페셜티(Specialty) 사업 진출을 통해 글로벌 탑 20 석유화학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대림산업은 올해 3월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Kraton)’의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석유화학 디벨로퍼의 단초를 마련했다. 창사 이래 첫 경영권 인수다. 카리플렉스 사업부는 수술용 장갑과 주사 용기의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한다. 카리플렉스 인수로 대림산업은 매년 8% 수준의 높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카리플렉스의 합성고무는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은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있는 천연고무 수술장갑의 대체재로도 꼽힌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증으로 최근 미국 수술용 장갑 시장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 라텍스·합성고무 생산공장 모습. (사진=대림산업)

카리플렉스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미 올해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3분기 종속회사의 매출액은 75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116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21.4% 상승했다. 이 가운데 카리플렉스의 매출액은 622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연결 자회사인 대림건설, 카리플렉스 등의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코로나19 등에 손실을 반영하는 대형 건설사 대비 실적 하방은 비교적 지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림산업은 이후 신소재 사업에 대한 욕심을 공고히했다. 7월 카리플렉스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입하면서다. 증설 공사가 끝나면 생산량은 기존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올해 3월 카리플렉스 인수를 완료한 뒤 반년도 안 된 시점에서 본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며 “고부가 의료용 소재 산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림산업은 향후 국내에도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결실…디벨로퍼 역량 강화

이처럼 대림산업이 디엘케미칼 출범에 앞서 신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디엘이앤씨 출범을 앞두고는 종합 부동산 개발 사업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디벨로퍼 중심의 토탈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할 의지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대림산업은 지난 9일 지분 66%를 보유한 ‘효제PFV’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효제PFV는 대림산업과 하나자산신탁이 올해 10월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 회사는 같은 달 동륭실업에서 부동산 임대업과 관련한 영업 일체를 2073억원에 양수했다. 대금 지급 예정일은 오는 15일이다. 효제PFV가 영업 일체를 넘겨 받게 되면 동륭실업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효제동 98번지 외 8개 필지도 효제PFV가 인수한다. 효제PFV는 일반상업지역인 이 지역에 약 800실 규모의 대단지 오피스텔을 공급할 예정인데,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림산업은 지난달에는 15년 전 매입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부지에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를 세우면서 디벨로퍼 사업자의 입지를 단단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단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이 갖는 의미가 뜻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수동에 들어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는 원래 경마장이 있었다. 지난 2005년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사 가면서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포함한 일대를 서울숲으로 조성하는 한편, 뚝섬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민간에 매각하기로 한다. 대림산업은 이 가운데 3구역을 3824억원에 사들이면서 최고급 주상 복합 단지 ‘한숲 e편한세상’을 계획해 분양에 나섰다. 당시 지상 51층 아파트 2개동과 지상 33층 오피스 1개동, 지상 5층 규모의 아트센터 1개동 등으로 구성돼 서울의 맨해튼으로 불렸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조감도 (사진=대림산업 홈페이지 갈무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조감도 (사진=대림산업 홈페이지 갈무리)

당시 이 단지에는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과 그의 장남인 이해욱 당시 부사장 등 대림산업 총수 일가가 청약하는 한편, 저명인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그만큼 대림산업이 총력을 기울였던 야심작이었다. 330㎡(약 100평)로 40억원대를 형성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결과적으로 196가구(330㎡) 중 단 29가구(약 15%)만이 접수해 분양에 실패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도 컸다. 이후 대림산업은 땅을 파내는 기초 공사만 마무리 한 채 공사를 중단했다.

대림산업은 이후 2017년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로 단지 이름을 바꾸고 분양을 실시했다. 분양가는 3.3㎡당 4750만원으로 책정돼 당시 서울 내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은 2.89대 1을 기록했다. 지난 5월 잔여 세대 3개 주택 분양에 26만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주거 시설뿐만 아니라 업무 시설과 문화 시설, 판매 시설로 구성된 복합 단지다. 대림산업은 지난 4월 주거동을 제외한 나머지 비거주 시설을 LB자산운용에 6000억원에 매각했다. 이와 함께 지분 49.5% 취득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대림산업은 이 계약을 통해 투자 및 건설 비용을 회수하고 지분을 통해 임대 수익을 얻게 됐다. 판매 시설은 대림산업이 직접 조성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대림산업은 광화문 D타워와 용산구 한남동 독서당로 일대에 상권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터키 차나칼레 대교' 야경 조감도 (사진=대림산업)
'터키 차나칼레 대교' 야경 조감도 (사진=대림산업)

이 외에도 대림산업은 SK건설과 함께 지난 2017년 터키 업체 2곳과 컨소시엄을 맺고 ‘터키 차나칼레 대교’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 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진행되는 이 사업은 총사업비만 103억5000만터키리라로 한화 약 3조2000억원 규모다. 대림산업은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16년 2개월 동안 건설비를 회수하게 된다. BOT는 건조한 시공사가 일정 기간 시설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수익으로 채무 상환과 배당을 하고 기간이 종료되면 발주자에게 양도하는 프로젝트 금융 기법이다. 올해 6월 주탑 시공을 마친 데 이어 이달 2일부터는 임시 시설물인 캣워크 설치 작업에 돌입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기업 분할을 통해서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기업 가치 재평가를 통해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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