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져야 안 떠난다, 무조건 알려라”...은행권, 사설 인증서 출시 러시
“익숙해져야 안 떠난다, 무조건 알려라”...은행권, 사설 인증서 출시 러시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2.10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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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독점 사라지자 사설 인증서 쏟아내는 은행권
카뱅 성공은 '간편'에서 나왔다...은행권, '간편인증'으로 핀테크 견제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자체 인증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섰다. (자닌=KB스타뱅킹 캡쳐)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자체 인증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섰다. (자닌=KB스타뱅킹 캡쳐)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금융·공공기관 업무를 보기 위해 필수로 발급받아야 했던 ‘공인인증서’의 독점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간인증서’ 무한 경쟁체제가 도래했다. 이에 은행권도 자체 인증서 알리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잠재적 거대 빅테크와의 디지털 사업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선점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공인인증서 독점 사라지자 사설 인증서 쏟아내는 은행권

공인인증서의 독점 지위가 폐지되자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자체 인증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KB국민은행 등 대다수 시중은행은 자체 개발 인증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모두 공인인증서와는 달리 복잡한 프로그램 설치 없이 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고, 10자리 이상 비밀번호 대신 지문 등 생체 정보 또는 간편 비밀번호(PIN)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주 공통점이다.

이날 신한은행은 자체 개발 인증서비스 ‘쏠(SOL)인증’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쏠(SOL)인증은 고객이 쏠(SOL)에서 지문, 패턴, 생체인증 등 로그인 수단을 등록하면 전자서명이 필요한 업무에 본인이 등록한 방식으로 인증이 가능한 자체 전자서명이다. 유효기간이 3년이며 자동연장도 가능해 고객의 인증서 갱신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쏠(SOL)인증은 ▲착오송금 비대면 반환동의 ▲오픈뱅킹 계좌 등록 및 설정 ▲골드·실버뱅킹 SMS 등록해지 ▲골드·실버뱅킹 입금 등 일부 업무에 우선 적용했다. 향후 공동인증서(전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다른 업무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전자서명거래법에 의해 대출이나 신규 투자상품 등 반드시 공인인증서로 사용해야 하는 업무는 따로 정해져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업무에도 쏠인증이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 IBK기업은행 ‘IBK모바일인증서’, 하나은행 ‘하나원큐’, NH농협은행 ‘NH원패스(OnePASS)’ 등 대다수 은행들이 사설 인증서를 잇따라 선보였다.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폐지됐다고 해도 공인인증서 사용은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기존에 필수적으로 사용해야만 했던 강제성이 사라진 것이다. 현재 공인인증서는 금융결제원,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코스콤, 한국무역정보통신, 이니텍 등 국가가 인정한 6개 기관에서 발급한다. 이들 공인인증서는 우월한 법적 효력을 가졌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본인 신원을 확인하려면 여섯 개 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 중 하나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부터 공인인증서는 우월적 지위가 사라지고 민간업체에서 발급하는 전자서명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공동인증서'가 된다.

카뱅 성공은 '간편'에서 나왔다...은행권, '간편인증'으로 핀테크 견제

공인인증서가 공동인증서로 변경 및 민간인증서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들은 초창기에 약간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간편한 금융거래 등 편의성이 제고될 전망이다. 다만 ‘소비자 편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사실 공동인증서(공인인증서)처럼 개별 은행의 인증서가 없어도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를 통해 은행권 로그인 및 모든 업무처리는 가능하다. 금융인증서 또한 공동인증서의 단점들을 보완해 개발한 인증서로 다른 사설 인증서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은행들이 자체 인증서 알리기에 사력을 다하는 것은 핀테크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잠재적 거대 빅테크와의 디지털 사업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인증서비스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시장경쟁에서 선점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증서 사업 또한 오픈뱅킹 경쟁과 마찬가지로 ‘적은 타 은행이 아니라 핀테크’라는 뜻이다. 이미 이동통신 3사가 공동으로 출시한 패스(PASS)는 누적 발급 건수가 2,000만 건을 넘었다. 핀테크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네이버 인증,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를 출시했고, NHN의 페이코 애플리케이션도 지난 9월 인증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간편하고 쉽다는 것이었다”라며 “은행들의 앱 플랫폼과 취급하는 상품이 대부분 비슷한 것을 생각해보면 간편한 인증 방법도 고객 유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익숙해질수록 충성고객이 된다. 더욱 편하면서도 안정적인 인증서비스로 고객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각 은행의 인증서 등 ‘인증서’ 대란 초반 소비자는 약간의 혼란함을 겪을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금융거래를 할 때 ▲공동인증서(공인인증서) ▲금융인증서(금결원) ▲이용 은행 인증서, 이렇게 세 가지 인증서 중에서 자신이 편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어 편의성은 제고될 전망이다. 공동인증서 폐지(독점적 지위 상실)에서 ‘폐지’라는 용어 때문에 공인인증서가 아예 사라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이 많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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