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 공개…전기차 ‘퀀텀점프’ 나선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 공개…전기차 ‘퀀텀점프’ 나선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2.02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전기차 전용 플랫폼, 내년 ‘아이오닉5’ 첫 적용
모듈화·표준화 이룩, 다양한 차급 전개
전용 플랫폼으로 실내 공간 확보
V2L 기술 탑재…차량이 보조 배터리 기능도
“완성차 업체의 새 비즈니스 모델 전망”
아이오닉 EV 콘셉트 ‘4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 EV 콘셉트 ‘4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개했다.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하면서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도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현대차그룹이 E-GMP를 통해 퀀텀점프를 이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새 플랫폼의 특징과 함께 새로운 고속화 모터 및 배터리 시스템 등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아이오닉5’와 기아자동차 ‘CV’(프로젝트명) 등 차세대 전기차에 이 플랫폼을 적용할 예정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이 앞서 선보였던 전기차들은 뛰어난 효율로 고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기존의 우수한 효율성에 더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이 필요한 새로운 차급까지 기술 리더십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기차 연평균 45% 성장…현대차그룹, E-GMP로 약진

딜로이트가 올해 9월 내놓은 ‘전기차 시장 전망: 2030년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에 따르면, 지난해 BEV(배터리식 전기차)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이 200만대를 넘어서며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BEV와 PHEV는 전기차의 한 갈래다. BEV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74%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8년 대비 6%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변화는 유럽에서 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자동차 제조사에 무공해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를 촉구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며 “이 외에도 중국 BEV 시장이 타 국가 대비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앞으로 3년 동안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향후 10년 동안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딜로이트
자료=딜로이트

같은 달 KDB산업은행의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동향 및 전망’을 살펴보면, 전기차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45% 성장해 2019년 판매량 2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고성장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01년 설립된 일본의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스는 203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의 약 2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전기차가 세계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등장한 E-GMP는 현대차그룹의 약진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모듈화·표준화로 고객 맞춤형 모델 가능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E-GMP에는 모듈화와 표준화 개념이 도입됐다. 현대차그룹은 기획 단계부터 복잡성을 줄이고 하나의 플랫폼으로 차종과 차급의 경계를 넘어 유연한 제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세단, CUV, SUV부터 고성능, 고효율 모델까지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차량을 선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고객을 위한 고성능 모델 구현도 가능하다. 낮은 무게 중심 설계와 이상적인 전후 중량 배분으로 뛰어난 선회 성능과 안정적인 고속주행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중대형 차량에 주로 적용했던 후륜 5링크 서스펜션과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 Integrated Drive Axle)로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 역시 크게 키웠다. 이 액슬을 통해 강성은 높이고 중량은 낮출 수 있다. 또 차량의 승차감과 핸들링은 향상되며 소음과 진동은 줄어든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안정성·공간 활용성 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

E-GMP에는 탑승객과 배터리 안전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됐다. 먼저 전방의 충돌 흡수 구간은 차체와 섀시 등 구조물의 효과적인 변형을 유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시보드 앞부분인 하중 지지 구간은 보강 구조를 통해 PE 시스템과 고전압 배터리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하단의 고전압 배터리 보호 구간은 초고장력강을 적용해 충돌 안전성을 도모하면서 화재에 취약한 배터리 안전도 확보했다. 탑승객 보호 공간인 승객실은 변형 억제를 위해 A필러에 하중 분산 구조를 적용했다. 배터리 전방과 주변부에는 핫스탬핑 부재가 보강됐다. 배터리 케이스 중앙부도 차체에 견고하게 밀착해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E-GMP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공간도 제공한다. 짧은 오버행, 길어진 휠베이스로 개성 있는 디자인이 가능하다. 슬림해진 콕핏(운전석의 대시보드 부품 모듈)은 탑승 공간을 확장해준다. 이처럼 길어진 휠베이스는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향상하는데 일조한다.

차체 바닥의 센터 터널을 없애고 배터리를 중앙 하단에 배치하면서 실내 바닥이 편평해지고 공간 활용성 역시 극대화됐다. 뒷좌석 공간도 기존 내연 기관 차량 대비 크게 넓어졌다.

E-GMP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V2L 기술 탑재…양방향 충전·공급 가능

현대차그룹은 새롭게 개발한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E-GMP에 탑재했다. 통합 충전 시스템(ICCU)과 차량 충전 관리 시스템(VCMS)을 통해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 일반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차량이 커다란 보조 배터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반 주택의 공급 계약 전력인 3kW보다 큰 3.5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약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기능은 야외 활동이나 캠핑 장소에서 전자 제품을 작동하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 세계 최초 멀티·급속 충전 시스템 탑재

E-GMP에는 충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과 함께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E-GMP에 적용된 특허 기술이다. 초고속 충전기로 충전 시 18분 내 80% 충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1회 완충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단 5분의 충전만으로 약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한국도로공사와 ‘친환경 차 충전 인프라 구축 협약’을 맺고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350kW급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초고속 충전기 인프라를 확보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아이오니티는 유럽 전역에 308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 E-GMP 최적화 PE 시스템 적용

E-GMP에는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개발된 모터와 감속기, 전력 변환을 위한 인버터와 배터리 등, 신규 PE 시스템이 탑재된다. 넓은 공간 확보와 중량 절감을 위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고 부품간 에너지 전달 손실을 낮춰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했다. 모터와 감속기, 전력을 변환해 모터의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 등을 일체화했다. 모터의 최고 속도는 기존 대비 최대 70% 높이고 감속비는 33% 올렸다.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모든 차량에는 표준화된 단일 배터리 모듈이 탑재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본형과 항속형 등 모듈 탑재 수에 맞춘 다양한 배터리 팩 구성이 가능하다. 동일한 양의 배터리로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이 밖에 E-GMP는 후륜 구동 2WD 방식이 기본이며 트림에 따라 전륜 모터를 추가해 4WD을 선택할 수 있다.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용 플랫폼 제작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 조정웅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단순히 차량 생산 수단을 넘어 플랫폼의 공유 및 판매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폭스바겐은 자체 개발한 ‘MEB’ 전용 플랫폼을 포드 등 타사에 제공해 전기차 생태계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와 외연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