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항공사 나오나…최종 결합까지 ‘첩첩산중’
세계 10위권 항공사 나오나…최종 결합까지 ‘첩첩산중’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1.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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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입을 결정하면서 국내에도 전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 산업이 일보 전진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종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내다보고 있다.

16일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한다. 총 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교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발행 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사채다.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000억원) 및 영구채(3000억원)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가 되는 동시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글로벌 항공 산업 경쟁 심화 및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라며 “노선 운영 합리화,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 통합 시너지 창출을 통해 수익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지속해서 성장시키고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겠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여객·화물 모두 10위권으로 '껑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항공사로 통합되면 여객과 화물 모두 세계 10위권의 항공사로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올해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유상여객킬로미터)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RPK를 단순 계산으로 합할 경우, 10위인 아메리칸 항공과 비슷해진다. 국제 여객 수송 인원수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36위로 합치면 10위로 껑충 뛴다. 국제 화물 수송량 순위에서는 5위인 대한항공과 23위인 아시아나항공을 합치면 캐세이퍼시픽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하게 된다.

보유 항공기 수도 10위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164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79대다. 둘을 합치면 249대로 에어프랑스(220여대), 루프트한자(280여대) 등 세계 10위권 항공사와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매출액도 지난해 기준 양사의 합계인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7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항공사들의 실적 부진 속에도 화물 대응으로 2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더해 4분기에는 코로나 백신 운송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의약품 운송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 KCGI·HDC현산·노조 설득 필요

일각에서는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딜 클로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 먼저 가장 우려되는 것은 KCGI의 반발이다. ‘강성부 펀드’로도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한진그룹의 정상화를 명목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결성해 한진칼의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3자 연합은 현재 한진칼 지분의 45.23%를 보유하고 있어 소송 등으로 합병을 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5일 KCGI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에 반대한다는 자료를 냈다.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KCGI 주주연합’은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될 것”이라며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인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강한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주주연합은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할 경우, 책임경영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HDC현대산업개발도 변수다. 현산이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지난 5일 현산이 지급한 계약금 2500억원의 몰취 소송을 제기하면서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소송전이 본격화됐다. 현재 이 계약금은 에스크로 계좌에 묶여있는 상태다.

노조의 불안도 풀어야 할 실타래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양사가 통합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은 “항공 산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고려해 신속히 통합을 진행할 것”이라며 “통합 이후 고용안정, 소비자 편익, 관계 회사 기능의 조정 및 재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예상되는 현안 및 요구사항은 각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등 두 회사 6개 노조들은 이번 주에 만나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편 산은은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산은은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단계적 통합으로 국내 LCC 시장 재편과 더불어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한 허브 구축과 함께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 공항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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