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부는 ‘뉴노멀’…재계, ESG 경영 행보
경영에 부는 ‘뉴노멀’…재계, ESG 경영 행보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1.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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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기업 경영에 ‘뉴노멀’의 바람이 불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재계 수장들이 힘을 주면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2000년대의 화두였다면, 2020년에는 ESG가 부상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저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지배 구조의 투명성 강화는 물론, 환경보호와 보전을 위한 활동과 협약 등의 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 SK, 국내 첫 RE100 가입

먼저 돋보이는 기업은 SK그룹이다. SK는 국내 최초로 ‘RE100’ 캠페인에 가입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가입하는 관계사는 SK주식회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8개사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2050년까지 소비 전력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CEO세미나에서 미래 성장전략 중 하나로 강조했던 ESG 경영의 환경 부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RE100은 영국 런던에 있는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시작한 캠페인이다. 지난달 기준 구글·애플·GM·이케아 등 전세계 263개 기업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가입 대상은 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들로 ▲미국 경제 전문지인 포춘(FORTUNE)이 선정한 1000대 기업, 또는 동급 ▲연간 전력 사용량 0.1테라와트시(TWh)를 초과하는 기업 등이다. 사업부 단위로는 허용되지 않으며 회사 단위로만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은 탄소배출량이 높은 수입제품에 관세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국제사회는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RE100과 같은 저탄소, 친환경 경영의 도입이 필수 과제다. SK그룹은 이번 가입으로 이 같은 시장과 사회로부터 ‘글로벌 최고 수준의 ESG 실천 기업’이라는 신뢰를 확보하고 미국·유럽 등 글로벌 기업과의 공급망 관리 강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SK E&S, SK에너지, SK가스 등 가입 대상이 아닌 관계사들은 자체적으로 RE100에 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글로벌 전기차 OEM 및 기관투자자들의 요구를 고려해 RE100과 동일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한다.

SK그룹은 이에 더해 향후 정부가 추진 중인 방법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한국전력과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한국전력에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하고 전력을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는 ‘녹색요금제’ 등이다. 지분 투자도 거론된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지분을 투자하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그룹의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ESG를 강조해왔다. 지난 2018년 그룹 CEO세미나에서는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열린 CEO세미나에서는 모든 관계사가 각자의 사업에 맞게 친환경 노력을 꾸준히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9월에는 전 직원에게 보낸 전자 우편을 통해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물발자국 인증 받고 인권침해·환경파괴 막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주요 ESG 경영 성과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먼저 10년 이상의 수자원 관리를 통해 아껴 쓰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한다는 3R(Reduce, Reuse, Recycle)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용수 사용량 저감을 사업장 경영지표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지난 9월 영국 친환경 인증기관인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반도체 업계 최초로 조직단위 ‘물발자국’ 인증을 받기도 했다. 조직단위 ‘물발자국’ 인증은 3년간 사업장에 사용한 용수와 이를 관리하기 위한 경영체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코발트 채굴 도중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환경파괴 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SDI, 독일 국제협력공사, BMW그룹, 바스프(BASF)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코발트 채굴을 위한 산업간 협력 프로젝트를 발족하면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1년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 지원 등 1800여명의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했다.

지난달 20일에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톱5에 진입했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지속가능경영 활동이 브랜드 가치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이르면 오는 2021년부터 ESG를 사업장 평가 기준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차, 수소차부터 장난감 재활용까지

정의선 회장 체제에 들어선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를 위시한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1만대로 늘리고 2050년에는 연간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상용차 부문에서는 대형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를 스위스에 수출하면서 전 세계 상용차 시장에 처음으로 수소차를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정 회장이 직접 아킴 스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과 손을 맞잡았다. 교통·주거·환경 등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전 세계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모아 솔루션을 도출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UNDP와 함께 ‘for Tomorrow'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를 위한 진보를 가속화하고 더 나은 내일을 창출하는 활동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홈페이지에 제안받은 솔루션은 기술, 환경, 예술 등 각 분야의 활동가 및 다른 참가자들이 협업을 거쳐 고도화를 이룬다. 이후 현실에 적용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for Tomorrow 2030'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for Tomorrow 2030' 유튜브 영상 갈무리)

현대차는 이 외에도 올해 7월 발표한 ‘2020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지속가능경영 5대 영역의 주요 성과와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 모빌리티 기반 고객 경험 혁신 ▲전 과정 친환경 가치 추구 ▲지속가능한 공급망 조성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 ▲지역사회 기여 및 개발 등이 그 내용이다. 현대차는 보고서를 통해 “사업장과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가치사슬의 환경·사회적 변화를 위해 ▲밸류체인 전 단계 친환경 가치 추구 ▲지속가능한 공급망 조성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아동센터, 보육원 등 500여곳의 폐플라스틱 장난감을 수거해 수리·소독한 뒤 복지기관 등에 다시 기부하는 ‘그린무브공작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 “탄소 3000만톤 줄인다”…LG화학, ‘탄소중립 성장’

LG화학은 국내 화학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했다. 이는 탄소 배출 순증가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050년 탄소 배출량을 지난해 배출량 수준인 1000만톤으로 억제한다. 사업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2050년 탄소 배출량은 약 4000만톤 규모로 전망돼 탄소중립 성장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3000만톤 이상을 감축한다고 LG화학은 설명했다. 이 외에도 폐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과 이를 토대로 한 전기차 충전소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도 선보일 예정이다.

자료=LG화학

LG화학은 이 밖에 ‘지속 가능성 전략 5대 핵심 과제’를 발표하고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 ▲자원 선순환 활동 ▲생태계 보호 ▲책임 있는 공급망 개발 및 관리 등을 추진할 전략으로 꼽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고객은 물론 환경, 사회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까지 해결해 영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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