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안 돼"…국민연금, LG화학 발목 잡나
"분사 안 돼"…국민연금, LG화학 발목 잡나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0.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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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국민연금이 LG화학 전지사업부 분사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스튜어드십 코드’로 인한 경영권 간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3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분사 결정이 부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스튜어드십 코드’, 정부의 기업 통제수단 우려 이어져

28일 LG화학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7일 제16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오는 30일 LG화학의 주주총회에서 전지사업부문 물적 분할 계획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부 위원들은 이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의견을 냈고 조 회장의 의사직을 박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3월에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정관 변경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경영권 분쟁 중이던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처럼 국민 노후자금 750조를 굴리는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해 기업의 경영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주주권 행사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가 투자 대상 회사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 문제 소지가 있는 안건에는 경영진과 사전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의무도 진다.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문제가 된 것은 2015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이유가 외압으로 인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 11%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의 선택이 두 회사 합병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2017년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다음 해인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로 인한 우려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지난 14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3년 전인 2017년 대비 2020년 6월 국민연금의 대기업 지분율은 각각 삼성전자 1.52%, 현대차 3.07%, 현대모비스 1.72%, SK이노베이션 1.65%, SK하이닉스 1.62%, 셀트리온 8.02%가 올랐다. 서 의원은 “국민연금의 국내 기업 지분율이 상승하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극대화돼, 정부의 기업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이 같은 행보로 기업의 경영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내에서 국민연금은 ‘연못 속의 고래’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해외 시장 대비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1476조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편파적인 구성으로 독립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라고 꼬집었다.

■ 동학개미는 ‘환영’…LG화학은 ‘당혹’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반대 결정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산하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의 일부분인 LG화학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의 결정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날 소액주주들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힘이 된다는 내용의 글이 이어졌다. 물적 분할 반대투표에 동참했다는 A씨는 "국민연금의 반대는 힘이 된다"라면서 "개미의 힘을 보여줄 때"라고 썼다. 또 다른 소액주주인 B씨는 "회사의 미래를 보면 분할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라면서도 "주주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회사만을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 문제"라고 적었다.

그동안 LG화학 소액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을 보고 회사에 투자했는데 사업부가 분할되면 신설 법인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된다며 크게 반발해왔다.

동학개미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LG화학은 난색을 보였다. LG화학은 전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 사안”이라면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어 “이번 분할은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며 “주주총회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청사 (사진=연합뉴스)

■ 분할 부결 가능성 작지만…결과 두고 봐야

현재 LG화학의 지분은 지주회사 LG가 최대주주로 30.06%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10.28%, 외국인 투자자들이 38.08%, 나머지 20%가량을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초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성 의견을 비춰볼 때, 물적 분할에는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본다. KCGS를 비롯해 대신지배구조연구소, ISS,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물적 분할 안건에 이미 찬성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발표한 지 42일이 지난 만큼, 반대를 표할 소액주주들은 이미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LG화학이 분사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간 개인은 3700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반면, 이번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으로 다른 투자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 교수는 “국민연금은 여타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으로 다른 투자자들이 돌아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적 분할은 특별결의 사안이다.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약 66%)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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