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원 떼이고도 배당금 뿌린 주택도시보증공사
2800억원 떼이고도 배당금 뿌린 주택도시보증공사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0.1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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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기준 기업보증사고액 3932억원
은행·건설사에 배당금 860억원 지급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위변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14명의 악성 채무자로부터 총 2852억원의 보증금을 대신 갚아줬지만 회수하지 못한 것은 물론, 기업 보증 사고액은 39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HUG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지난 5년간 은행과 건설사에 총 86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보증 업무로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이 민간 업계로 돌아가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사진=연합뉴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업보증사고액은 8월 말 기준 39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56건으로 133억원을 기록해 감소 추세를 보이던 보증 사고는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보증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주택 시장 전반이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사업 주체가 부도 등의 사유로 분양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분양 계약자를 보호하는 주택분양보증 사고가 올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0건, 2018년과 2019년 각각 1건이 발생했던 주택분양보증 사고는 올해 9건(2107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해 7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사고 사업장 가운데 4건은 HUG가 직접 분양을 하거나 시공자를 승계할 방침이다. 나머지 5건은 HUG가 사업자를 대신해 분양 계약자에게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환급할 계획이다. 환급 계획 중인 615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회수된 금액은 5억여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610억원은 HUG가 떠안게 됐다.

자료=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자료=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이처럼 기업보증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HUG는 채무자로부터 2852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 의원이 전날 HUG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HUG는 올해 8월 기준 14명의 악성 채무자에게 확정채권 2896억원 중 42억원을 회수해, 회수율이 1.5%에 그쳤다. HUG가 단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6명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확정채권을 보유한 허 모씨(OO종합건설 외 2개)는 962억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HUG가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HUG가 채권 회수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 의원은 “주택 관련 기업보증 사고가 역대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성 채무자에 대한 철저한 자금 회수가 필요하다”며 “HUG는 악성 채권을 줄이기 위해 보증 절차를 강화하고 다양한 채권 회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HUG가 대위변제금을 제대로 회수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년간 은행과 건설사에 86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HUG는 3개 시중은행과 145개 건설사에 주식 배당금으로 860억원을 지급했다. 지분을 출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지급한 배당금 73억원보다 11배 많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은행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HUG 주식 배당으로 얻는 수익이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UG 주식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5.4%로, 1.8%에 그친 예대마진율 대비 3배 높은 수치다. 민간 주주 중 지분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63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자료=HUG경영공시 페이지 갈무리
자료=HUG경영공시 페이지 갈무리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HUG는 지난해 484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383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292억원이 감소했지만, 자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전년 대비 2353억원 증가한 2조982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인 현금 및 예치금은 17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만 145억원에 달한다. HUG가 분양보증 업무를 독점해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은행과 건설사로 배당금이 돌아가는 것은 공공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 의원은 “HUG가 독점 영위하고 있는 분양보증 업무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1조7824억원의 수수료를 거둬들였는데 이 수익이 시중은행과 건설사에 배당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중 특혜와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분양보증 시장을 독점한 공기업이 국민에게서 벌어들인 수익을 특정 업계에 퍼주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HUG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민간이 보유한 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HUG의 대위변제 회수와 관련한 지적이 이어졌다.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대위변제 회수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8월 말 현재까지 대위변제 금액은 총 6495억원으로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3560억원, 회수율은 54.8%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 악성 채무자의 대위변제 가운데 액수가 가장 많은 사람이 66명으로 이들에 1326억원을 대신 갚아줬지만, 회수는 88억원에 그쳤다”며 “예방할 수 있도록 관리가 중요하다. SGI서울보증 등과 연계해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이에 대해 “공공정보로 재산 조사를 해서 채무 불이행자 명부와 채권을 회수 중인데, 다른 곳에서 진행 중인 채무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면서 “신용정보보호법에 따라 제약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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