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후정산? 투자는 저축과 달라...금융업계 ‘날선 비난’ 속출
사모펀드 사후정산? 투자는 저축과 달라...금융업계 ‘날선 비난’ 속출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0.15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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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손해 미확정 사모펀드 사후정산 분쟁조정 추진
금투업계 “투자의 세계는 저축의 세계가 아니다”
판매사가 운용사 잘못까지 책임?...“과도한 조치”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손해 미확정 사모펀드에 대해 사후정산 방식에 의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금융감독원)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손해 미확정 사모펀드에 대해 사후정산 방식에 의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금융감독원)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손해 미확정 사모펀드 사후정산’ 분쟁조정 방안 추진과 관련, 도가 지나친 판매사 때리기라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운용자산 등 최근 환매중단으로 문제가 된 펀드 판매사들의 잘잘못이 아직 ‘의혹’만으로 남아있는 시점에서 사후정산 분쟁조정을 통한 선(先)배상을 추진하는 것은 당국 차원에서 해당 판매사들에게 불법을 저질렀다는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손해 미확정 사모펀드에 대해 사후정산 방식에 의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금감원 측은 “손해 미확정으로 분쟁조정이 지연되어 투자자의 고충이 지속되는 상황”이므로 신속한 선배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후정산 분쟁조정의 첫 번째 타자로는 KB증권과 우리은행이 나섰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 20여곳 중 두 곳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금감원이 추진하는 사후정산 분쟁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운용사나 판매사 검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자산실사 완료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손해 추정이 가능해야 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추정 손해액 기준으로 조정 결정을 통해 우선 배상하고 추가 회수액은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선배상을 위해선 3자 면담 등 현장 조사를 통한 불완전판매 여부 확정, 판매사의 배상 책임 여부와 배상 비율에 대한 법률자문 등이 선행된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통한 사후정산 방식의 배상을 판매사에 권고한다. 분쟁조정위 안건에 오르지 않은 사안은 투자자와 판매사 간 자율 조정 방식이 적용된다.

원래는 사모펀드 환매 또는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판매사가 합의한다면 추정치로도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선보상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우선 배상하고 나중에 펀드가 정리될 때 최종 손실을 확정한다. 이때 손해액이 예상치보다 크면 판매사는 투자자에게 추가로 배상하고 손해가 덜 나면 투자자가 앞서 받았던 배상금의 일부를 환수한다.

사후정산 분쟁조정과 관련, 금융당국의 판매사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증권·은행 등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쏟아져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투자의 세계를 저축의 세계’로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까지 든다는 쓴소리도 쏟아낸다.

증권사 한 IB 전문가는 “사모펀드는 ‘고위험·고수익’이라는 특성을 기본전제로 한다. 그러니까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은 리스크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져야 하는 것이다”라며 “투자의 세계는 저축의 세계와 다른 점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과 정부까지 나서서 일단 선배상부터 하라고 압박하는데 판매사가 주주반발, 배임 등의 명목으로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외 사모펀드까지 정부와 당국 등쌀에 떠밀려 일단 선배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전망은 되지만 그들의 고심은 정말 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감원이 사후정산을 통한 분쟁조정을 금융법으로 제정하지 않는 한 배임 이슈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번 이슈같은 경우엔 규모도 크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예외로 적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이 말도 안되긴 하는데, 변동폭이 큰 금융시장에서 사후정산 방식으로 분쟁조정한다는 것보다는 말이 된다고 생각된다”라고 꼬집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선배상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상식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책임은 외면하고 판매사들이 무조건 모든 책임을 떠안기를 바란다”라고 토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손해를 추정해서 선배상 해야 하는 방식은 과도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불완전판매 등 판매사에게 문제가 있다면 과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운용사의 잘못된 행위까지 판매사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의 측면에서 본다면 과도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문제가 되는 사모펀드 사태에서 판매사의 불법들이 명백한 사실로 밝혀진 게 아니라 아직 ‘의혹’으로 남아있는 곳이 대다수인데 의혹이 밝혀지기도 전에 이들에게 운용사의 잘못까지 떠안으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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