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확대되는 은행권, 중·고신용자 대출 죄기 ‘본격화’
DSR 확대되는 은행권, 중·고신용자 대출 죄기 ‘본격화’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0.14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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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가계대출은 10조 가까이↑...16년 만에 최대치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폭 연말까지 매월 2조원대로 관리
금융당국, DSR 규제 확대 적용키로
저신용자 코로나 피해 자금 수요 감소 우려는 ‘기우’
은행권 “중신용자 불만 속출 가능성 높아”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9조6000억원가량 증가하면서 9월 기준으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9조6000억원가량 증가하면서 9월 기준으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 시행하는 등 신용대출 총량 관리를 본격화한다. 고소득자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핀셋 규제로도 불어나는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 ‘빚투(빚으로 투자)’를 막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저신용자들의 생계자금 수요 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고신용자들의 대출은 더 깐깐해짐에 따라 이들의 불만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대출 심사 시 대출자의 모든 기존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해 적용하는 DSR을 확대 시행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지난 13~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들도 DSR 규제 확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2일 국감에서 “DSR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고, 이튿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또한 “머지않아 DSR의 확실한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당국과 은행은 DSR 확대와 관련해 의논을 해왔다”며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SR은 은행에서 대출 심사 시 대출자의 종합적인 부채상환 능력을 반영하는 제도로, DSR 규제를 확대한다는 말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더 깐깐하게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당국이 DSR 규제를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은 올 들어 신용대출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증한 데 기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9조6000억원가량 증가하면서 9월 기준으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월별 증가 폭을 기록한 8월(11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의 증가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주택 매매·전세 자금과 공모주 청약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모두 9월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대 폭 증가했다. 9월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6조7000억원,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3조원 순증했다.

신용대출 규모가 역대급으로 불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신용대출 적정 수준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우선 고소득·고신용 전문직에 대한 우대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이도록 했다. 또한 주력 대출 상품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우대금리 축소 등의 방안으로 올해 연말까지 매월 신용대출 증가폭을 2조원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이달 19일부터 일부 전문직군의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300%에서 200%로 낮추고 기존에는 한도가 없던 전문직 마이너스 통장에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도에 제한을 두기로 변경했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4억원에서 2억원으로, 비대면 신용대출 한도는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이어 하나은행도 지난 8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2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조정했고, NH농협은행도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를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줄였다. 우리은행도 지난 6일부터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DSR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은 고소득자 신용대출 조정만으로는 급증하는 대출 증가세를 잡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영끌과 빚투, 코로나19 사태 등의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급증한 신용대출 증가세를 고소득자 금리·한도 조정만으로 꺾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다만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으려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자나 서민층의 대출절벽이 심화 될수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고민이 적잖아 보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로 취약계층, 저소득층에게 자금이 혹시라도 충분히 못 갈까 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은행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 생활자금만이 아니라 주식이나 주택시장으로 가는 것이 크다는 생각도 있다”며 “양쪽의 것을 균형있게 검토해서 총괄 지표를 설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은행권내에선 DSR 규제 확대가 시행되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대출절벽 현상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잇돌대출과 같은 정책 중금리 상품에는 DSR 산정에서 제외되는데 코로나19 대출 또한 정책자금 대출로 이번 DSR 규제 확대 적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에는 가능했던 대출이 막힐 수 있는 중·고신용자들의 불만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DSR 규제가 코로나 피해로 자금이 필요한 차주들의 대출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고 본다”라며 “다만 같은 신용등급임에도 기존보다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중신용자나 고신용자들의 불만은 클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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