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산적 송현동, 사실상 개발 '불가'…대한항공 자구계획 차질
규제 산적 송현동, 사실상 개발 '불가'…대한항공 자구계획 차질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0.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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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대한항공 자금 수혈의 핵심 카드이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호텔 사업 염원이었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으로 헐값에 팔릴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는 역사적 가치를 들며 시세보다 싼값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제3자 매각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대한항공의 예정된 자구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부지의 특성상 대한항공이 민간기업에 매각하더라도 여러 규제로 인해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 완고한 입장 재확인

8일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 7일 서울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건위) 회의에서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기로 결정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시장은 LH가 참여하는 제3자 매입 방식을 설명했다. 김 부시장은 “대한항공과 제3기관인 LH 공사에 매각하는 방안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LH가 토지비축제도를 활용해 선매입하고 시 소유 땅과 송현동 부지를 교환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유보한다.

서울시가 매입해 공원화를 추진하려는 곳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7141㎡ 크기의 땅이다. 이 곳은 조선시대 왕족의 집터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사택을 거쳐 광복 후 미국 정부의 소유로 넘어가 주한미국대사 사택으로 이용됐다. 이후 1997년에 우리나라에 반환됐다. 이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1400억원에 땅을 매입해 현대미술관을 세울 예정이었으나, 개발규제와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고 2008년 대한항공에 2900억원에 매각했다.

자료=서울특별시
자료=서울특별시

서울시는 이 곳의 ‘역사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공원화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김 부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송현동은 애초 민간에 매각되면 안 될 땅”이라며 “한양도성 중심이자 경복궁 북촌 한가운데 위치해 우리 역사의 켜와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그만큼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뿐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에서 이전부터 국가가 매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대한항공이 매각하기로 한 현시점에서 공공이 매입하지 않는다면, 송현동 부지는 영영 공적으로 활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입장은 완고하다. 지난 5월 서울시는 제7차 도건위 개최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한항공이 해당 부지를 매각하더라도 다시 사들이는 방식을 통해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한항공이 막다른 길에 몰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 대한항공 2.2조 자구계획 차질 불가피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막고자 지난 5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 2000억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등 총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후 기내식기판사업을 9906억원에 매각하고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과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토지 및 건물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도 매각 대상이었지만,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과 부딪혀 답보상태에 놓여있었다.

대한항공은 당초 이 부지를 5000억원대에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는 예비타당성조사 수행 총괄 지침 결과에 따라 4670억원에 매입한다고 못 박은 상태다. 대한항공 자구계획 이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사실상 서울시만 개발 가능한 송현동 땅…규제 산적

일각에서는 송현동 부지를 민간기업이 사들이더라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도 12m 제한과 3층 이하, 용적률 150% 제한이 걸린 1종 일반주거지일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덕성여중·고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부지 매입 당시 이 곳에 한옥호텔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학교보건법’ 제6조에 따라 호텔, 여관, 여인숙 등을 설치할 수 없어 난관에 부딪혔다. 2010년에는 서울중부교육청에 금지시설 해제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이어진 행정소송, 학교보건법 위헌 소송 역시 기각됐다. 현재 해당 조항은 지난 2016년 삭제됐고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묶여 있어 공사를 시행할 경우 문화재청 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규제가 산적해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6월 부지 매각 예비 입찰을 받았지만, 매수자가 없어 유찰되는 등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료=서울특별시
자료=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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