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존스`와 `미술관`이 만나면?
`인디애나 존스`와 `미술관`이 만나면?
  • 북데일리
  • 승인 2005.07.2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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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그려지는 미술관은 특정한 사람들의 장소다. 우아한 사람들이 독특한 대화를 나누면서 자기만의 문화를 나눈다. 그러나 의의로 `미술`은 가까운데 있을 수 있다. 적어도 호소노 후지히코의 미술만화 `갤러리 페이크`(2000~, 서울문화사)속에 묘사된 미술은 그렇다.

`갤러리…`는 TV쇼 <진품명품>이 주는 작품의 진위여부를 가르는 재미와 <인디애나 존스>가 주는 고고학 탐험이라는 재미를 모두 갖췄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보게 되는 전세계의 풍물, 도자기에서부터 인형, 장난감까지 아우르는 컬렉션의 세계 등 잔재미 또한 쏠쏠하다.

끌로드 모네의 `볏집`, 르느와르의 `목욕후`, 피카소의 `청색시대`,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뿐만 아니라 세잔느, 모딜리아니,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유명 작가들의 이름난 작품을 만화로 만나는 것은 색다른 재미다. 특히 14권 네번째 에피소드에서 작가의 시각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에까지 이르는 부분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탈리아어의 `신선하다(fresco = fresh)`는 어원과 함께 설명하는 `프레스코화` 해설처럼 미술작품에 대한 설명도 비교적 자세하다.

`화랑`이라는 전문적이고, 다소 부담스런 장소가 소재이지만, 만화적인 상상력, 개성있는 캐릭터, 다양한 조연들의 등장, 적당히 양념구실을 하는 연애담 등은 만화가 가진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게다가 극중 주인공이 가짜미술품 화랑을 운영하면서, 진짜미술품을 파는 화랑계의 위선과 졸부들의 허위의식을 파헤치는 점은 <갤러리 페이크>가 주는 가장 통쾌한 요소다. 주류 미술계에서 왕따당한 아웃사이더지만, 뛰어난 지식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주류미술계를 통타할 때면, 어느새 관객들의 후지타의 편에 서게 된다.

만화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 큐레이터이자 현재는 도쿄에서 `갤러리 페이크`라는 작은 화랑을 운영하는 후지타 레이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후지타 레이지는 메트로폴리탄에서 `교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실력자였지만, 그가 운영하는 `갤러리 페이크`는 겉으로는 복제품만을 다루고, 실제로는 불법 유출물이나 싸게 구입한 장물을 비싸게 파는 `뒷거리 세계`의 질나쁜 화랑이다.

아랍 작은 나라의 왕족이었다가 전쟁 때문에 가족을 잃은 공주이자 후지타 레이지의 조수 사라 핼리퍼, 후지타 레이지가 흠모하는 다카다 박물관장 미타무라 사요코 등이 만화의 중심인물이다.

후지타 레이지가 온갖 변칙에 능하며, 상황판단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면, 미타무라 관장은 오로지 `옳은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천사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상당 기간동안 후지타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이외에도 <인디애나 존스>에 나오는 캐릭터와 비슷한 보물 사냥꾼 라모스, 연예계 활동을 하며 후지타와 언니인 미타무라를 수시로 곤란하게 만드는 동생 미타무라 미치루, 최고의 위조전문가 키도, 보석에 있어서만은 후지타보다 감식안이 뛰어난 미모의 보석도둑 페이츠이, 후지타의 절친한 친구이자 국제 미술품 절도단을 운영하는 카를로스 등 매력적인 조연들도 많이 등장한다.

엘도라도의 전설 탐험, 심해의 보물선 인양, 피라미드와 보물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와 미술품 시장 경색과 일본의 거품경제를 설명하는 경제해설 등 거시적인 소재도 재미있지만, 장난감이나 인형도 훌륭한 미술품이 된다는 대목에 이르면, 장난감이나 인형을 우습게 보는 시각이 싹 달라질 것이다.

인물그림 스케치는 투박하기 때문에 다른 일본만화에 비해서 그림은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평소 만화와는 담을 쌓고 지내온 미술평론가 윤범모씨가 "미술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뒷받침"되고, "미술사학자, 미술기자가 들려주는 미술이야기 같다"라며 추천의 글을 썼다.[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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