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우대금리·한도 축소' 검토 들어간 은행...실효성은 ‘글쎄’
금융당국 압박에 '우대금리·한도 축소' 검토 들어간 은행...실효성은 ‘글쎄’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9.17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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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 우대금리 고액 신용대출 조절 검토
‘막차 갈아타기’식 신용대출, 3일만에 1조원 가까이↑
23일부터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1000만원→2000만원으로
은행권, 상환여력 좋은 우량고객 줄이고 저신용자만 늘려야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지표↓..그럼에도 리스크관리는 오롯이 은행몫
최근 은행들은 우대금리 폭을 줄이고 최고 200%에 이르던 일부 전문직의 연 소득대비 신용대출 한도도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은행들은 우대금리 폭을 줄이고 최고 200%에 이르던 일부 전문직의 연 소득대비 신용대출 한도도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로 대출해주는 고액 신용대출자들의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한도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검토에 들어갔다. 신용대출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고액 신용대출자들의 신용대출 한도가 소득 대비 너무 높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의해서다.

다만 이를 통해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는 의문을 가진다. 아울러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한도는 확대하라고 압박하면서도 은행의 고유 권한에까지 세세히 간섭하는 것은 은행의 리스크관리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우대금리 폭을 줄이고 최고 200%에 이르던 일부 전문직의 연 소득대비 신용대출 한도도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자율적 신용대출 관리 방안으로 우선 우대금리 하향조정 검토에 나선 것이다.

각 은행에서 최저 금리로 돈을 빌리려면 우대금리(금리할인) 혜택을 최대한 받아야 하는데,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 계좌나 계열 카드 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 여러 부가 조건에 따라 부여된다. 우대금리 수준은 은행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낮게는 0.6% 정도부터 높게는 1%에 이른다.

은행권은 이 우대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축소한다면 우대금리 고액 신용대출자들의 대출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출총량 자체가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니까 지속해서 급증하는 신용대출 증가추세가 줄어드는 효과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A은행 한 관계자는 “고액 신용대출을 조인다고 신용대출 총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편적인 해석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대금리 고액 신용대출자들의 대출을 줄여도 나머지 잔액은 또 다른 저신용 대출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 은행의 수익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오히려 건정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은행들의 우대금리 하향조정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부은행장(여신담당 그룹장급)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최고 200%에 이르는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직후부터 시작됐다.

당국 입장에서는 부동산대출 규제의 우회로로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라도 신용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서민의 생활자금용으로 받는 신용대출까지 조일 수는 없으니 결국 우대금리 고액 신용대출부터 조이라고 압박을 넣는 셈이다.

B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은행은 없다. 월요일(14일) 회의 이후 모든 은행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조금 줄어들 수는 있겠으나 결과는 똑같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4~16일까지 신용대출 잔액은 9200여억원을 육박해 단 3일만에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자 일명 ‘막차타기’ 열풍이 거세지는 것이다.

오는 23일부터는 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차 대출한도가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미 1차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48만여명)들도 추가로 대출 받을 수 있다. 만약 1차 때 대출을 받지 않은 소상공인이라면 최대 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상환능력이 뛰어난 고신용등급 대출자들의 대출은 줄이고 부실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 대출자들의 대출만 늘려야 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건전성은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7월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7월 가계·기업 연체율이 동반 상승했다. 이 기간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은 0.23~0.36%로, 지난 6월 말(0.21~0.33%)과 비교해서 약 0.02%포인트~0.03%포인트 높아졌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0.18~0.38%에서 0.2~0.48%로 상승했으며, 가계 대출도 7월 말 0.22~0.28%를 기록하며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BIS(국제결제은행)비율도 뚜렷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 16.12%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하나은행은 올해 6월 말 15.37%로 0.75%포인트 하락했고 KB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 모두 최대 1.46~0.35%포인트 떨어졌다.

C은행 관계자는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는 당국의 취지는 동감한다지만, 최근 들어 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감놔라 배놔라’식 간섭은 은행을 뒷걸음치게 만드는 수준이다”라며 “디테일한 간섭과 압박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여기저기서 구멍만 생길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간섭이 심해질지 업계는 긴장하고 대기하고 있는 수준이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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