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소형 평형’…3기 신도시 어디에도 없는 1인가구
말뿐인 ‘소형 평형’…3기 신도시 어디에도 없는 1인가구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9.10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정부가 지난 8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계획을 발표하면서 1~2인 가구에 맞는 소형 평형을 확대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과 같은 혜택은 없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다음날 이들에 대한 소득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을 뿐, 1인 가구와 관련한 추가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정부가 1인 가구는 배제한 채 주택 공급대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1인 가구 배제한 조건…소형 평형 확대 ‘무색’

김 장관이 전날 공공분양 물량에서 늘리겠다고 한 생애최초 특별공급 혜택을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특별공급 대상은 ▲무주택 가구 구성원으로, 저축액이 선납금 포함 600만원 이상인 사람 ▲혼인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과거 1년 이내에 소득세를 납부한 사람 포함)로 5년 이상 소득세를 납부한 사람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인 사람이다. 사실상 홀로 거주하는 1인 가구는 특별공급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토부가 3기 신도시에 가장 관심을 보였다고 강조한 3040세대 중 일부는 특별공급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된 30세 이상 49세 미만 내국인 수는 1529만7891명으로, 이 중 1인 가구로 조사된 사람은 190만7269명이다. 3040세대 10명 중 한 명 이상이 1인 가구인 셈이다. 정부가 1~2인 가구에 맞는 소형 평형을 늘리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이들은 3기 신도시 ‘소형 평형’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 매년 23만가구 증가…서울은 41%가 1인 가구

정부가 외면한 1인 가구의 증가 폭은 인구 감소세와 더불어 가속도가 붙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0년 6월 말 주민등록 인구‧세대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지난 5년간 증가한 가구 수는 176만에 달한다. 인구는 52만 명이 감소했다. 가구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1인 가구의 증대가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인 가구는 매해 평균 23만5819가구가 새롭게 등록됐다.

자료=행정안전부
자료=행정안전부

이들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반면에 정책의 기준으로 여겨졌던 4인 가구는 꾸준히 감소세다. 올해 6월 기준으로 1인 가구의 비중은 전체의 38.5%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4인 가구는 15.8%로 집계됐다. 두 가구의 수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져, ‘가구의 역전’이 현실화 한 것이다. 특히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은 41.3%로, 가장 두드러진 전남과의 차이가 2.8%에 불과했다.

이처럼 가구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지만 주택 정책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1인 가구에 맞는 주택 공급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6월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뒤늦게 주거 대책 등을 담은 1인 가구에 대한 종합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청사진’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실행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특히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3040세대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1인 가구 주거의 문제는 소득 수준이 낮고 주거가 불안하다는 점"이라며 "결국 공공주택의 비중을 높이고 주택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들에 평균 12만원의 주택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고시원도 월세가 30만원인 실정"이라며 "지역별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태 파악을 통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1인 가구 중장기 정책방향 주거 추진계획 (자료=기획재정부)
정부가 발표한 1인 가구 중장기 정책방향 주거 추진계획 (자료=기획재정부)

■ 독일, 스웨덴 ‘코하우징’·주택보조금 정착

1인 가구가 보편화된 유럽에서는 일찍이 이들에 대한 주거 보조가 자리 잡고 있다. 혜택을 쥐여주기 보다는,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유럽연합통계국에 따르면, 스웨덴은 지난 2016년 1인 가구의 비율이 52%로 절반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스웨덴에서 이들을 위한 주요한 지원책으로 꼽히는 정책은 코하우징(Co-Housing)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국제사회보장리뷰에 실린 ‘유럽의 1인 가구 관련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에는 협동주택, 집합주택과 같은 코하우징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다. 코하우징은 입주자들이 개인 공간을 누리면서도 공동 공간을 통해 공동체 생활을 하는 형태로 개별 시설로 침실과 거실, 작은 주방을 둔다. 공동 시설에는 도서관, 컴퓨터실, 세탁실, 목공실, 체육관, 사우나 등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1인 가구의 주거비용은 감소하고 사회 참여는 활성화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독일은 월세의 10%에 이르는 주택보조금을 지급하는 본겔트(Wohngeld)를 운영한다. 당초 1인 가구는 대상이 아니었으나, 지난 2016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뮌헨에서는 1인 가구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특정 면적에는 난방 및 수도요금을 제외한 임대료 상한을 590유로(약 83만원)로 둔다.

독일과 스웨덴의 사례처럼 1인 가구를 비롯한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국장은 “1인 가구 등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마련돼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1인 가구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