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드높이는 두산重…세계 시장에선 ‘소소’
풍력발전 드높이는 두산重…세계 시장에선 ‘소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9.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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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A to Z’ 가능한 유일 기업
육상풍력 ‘그리드 패리티’ 도달 평가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두산중공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주가가 덩달아 상승세다. 회사가 경영 정상화와 더불어 친환경 기업으로 ‘환골탈태’를 꾀하는 데 이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까지 더해져 탄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이 정상화의 중심에 내세운 풍력 발전은 경제성까지 인정받은 신재생에너지로, 미래 에너지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두산중공업의 사업 영향력이 세계 시장에서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제주 탐라 해상풍력 (사진=두산중공업)
제주 탐라 해상풍력 (사진=두산중공업)

■ 자구안은 ‘가속’ 주가는 ‘상승’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일 골프장 클럽모우 매각을 시작으로 같은 달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를 팔았고 지난 4일에는 두산솔루스, 모트롤BG를 매각했다. 이에 더해 두산중공업은 이날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박정원 회장 등 대주주의 두산퓨얼셀 지분 23%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기로 했다. 두산건설과 두산타워의 매각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이는 지난 3월 26일 KDB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지원받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공식화한 지 163일 만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까지 완료할 경우,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은 293%에서 144%까지 감소한다"며 "이는 속도와 방법 양면에서 모두 두산중공업을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상환 등 자구안 이행을 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 및 공정한 전환 지원 등의 그린뉴딜에 오는 2025년까지 9조2000억원을 투입해 3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그린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랜 풍력 사업 경험을 가진 두산중공업에 정상화와 더불어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3월 2470원까지 곤두박질쳤던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정부의 이 같은 발표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2일에는 장중 1만8200원까지 수직 상승하기도 했다. 시장의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시가총액 4조원을 회복한 상태다. 이 같은 회복의 배경에는 풍력 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 15년 노하우 풍력발전…통합 수행 능력 갖춰

두산중공업이 풍력 사업에 뛰어든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상풍력단지 설계부터 제품 공급·설치, 시운전과 유지보수까지 사업 전 영역을 수행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이 공급한 풍력 발전시설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60메가와트(MW) 풍력발전단지를 비롯해 전남 육상풍력단지(42MW), 제주 탐라 해상풍력단지(30MW), 제주 상명 풍력발전소(21MW) 등,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220메가와트(MW) 규모의 풍력발전을 가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남 장흥 풍력발전소(18MW), 제주 북촌 풍력발전단지(3MW)도 건설 중이어서 전국에 총 79기, 약 240MW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급 실적을 올렸다.

자료=두산중공업
자료=두산중공업

이에 더해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을 기가와트(GW) 단위로 훌쩍 도약시킨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 전라북도와 손잡고 ‘전북 서남권 주민 상생형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다. 오는 2029년 완공예정인 이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2.4GW 규모로 사업비만 14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은 풍력 사업의 파이를 꾸준히 키우면서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의 탈바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동헌 연구원은 “주요 사업들의 향후 가치는 미지수지만, 국내 에너지 시장 포트폴리오에서 확고한 중심축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 ‘그리드 패리티’ 도달한 육상풍력…세계시장 확보 필요

풍력발전이 고도화함에 따라 발전 단가가 낮아지는 것도 두산중공업에는 호소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육상풍력의 발전 단가는 메가와트시(MWh)당 약 90달러였으나, 8년 뒤인 2018년에는 약 50달러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풍력 발전의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기존 화석연료 발전의 LCOE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게 된다. 두 발전에 들어가는 비용이 같아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그리드 패리티가 실현되면 환경오염의 주원인인 화석연료 발전은 자연스레 쇠퇴하게 된다. 세계 시장에서는 육상풍력이 이미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고 본다. 두산중공업이 주력 사업을 석탄화력발전에서 풍력발전으로 선회한 이유다.

다만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풍력 발전의 세계 시장 입지는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풍력단지 개발 사업이 일부 지역에 국한돼, 성장 가능성이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올해 4월 내놓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미래 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향: 육상풍력 발전사업의 현황과 추진 방향'에 따르면 현재 국내 풍력발전 보급 실적은 1.3GW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풍속이 빠른 지역 위주로 풍력단지 개발 사업이 집중됐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0.2%에 그쳐,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해외 풍력 발전 시장은 베스타스, 지멘스가메사, 제너럴일렉트릭(GE), 에너콘 등 유럽계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골드윈드, 엔비젼, 수즐론, 밍양 등 중국과 인도 기업들도 빠른 속도로 이들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세계 풍력터빈 제조사 상위 10대 기업 (자료=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세계 풍력터빈 제조사 상위 10대 기업 (자료=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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