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 정책도 뒷받침 돼야...금융권, 충당금 대폭 늘렸지만 ‘불안’ 여전
‘리스크관리’ 정책도 뒷받침 돼야...금융권, 충당금 대폭 늘렸지만 ‘불안’ 여전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7.3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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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도 선방
하나금융, 5대 금융 중 실적 상승 ‘유일’
무조건적인 대출 재연장은 ‘무리수’...일부라도 상환해야
국내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많은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종식과 실물경제 위기 등 각종 악재에 하반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많은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종식과 실물경제 위기 등 각종 악재에 하반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많은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비용증가로 당장의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종식과 실물경제 위기 등 각종 악재로 인해 하반기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가 재연장되는 점도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더한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재연장보다는 원금과 이자 일부를 받는 쪽으로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지주,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도 선방...하나금융, 5대 금융 중 실적 상승 ‘유일’

올 상반기 금융지주의 실적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코로나19 충격 대비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이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우리·하나·NH농협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 규모는 총 2조655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1조3903억원)보다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한 곳은 신한금융지주였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에 1조805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한 수치다. 아직까지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2분기 실적만 떼놓고 보면 KB금융에 뒤진 셈이다.

2분기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8731억원으로 전년보다 12.3% 감소했다. 이 기간 KB금융은 981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은 8215억으로 전년보다 56.3% 급증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와 사모펀드 충당금 등의 문제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KB금융도 마찬가지로 5397억원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증가하며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6.8% 하락한 1조7113억원을 거뒀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분기에는 보수적 관점의 미래 경기전망 시나리오를 적용하고,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그룹 차원에서 약 2,060억원 규모의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한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순이익 1조3446억원을 실현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11.6%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하나금융은 525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충당금 증가로 인한 실적 하락의 여파가 가장 컸던 곳은 우리금융지주였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6605억원으로 전년보다 44% 하락했다. 이 기간 우리금융은 446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는데 이는 지난해와 비교 시 무려 227%나 많은 규모다.

농협금융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3조920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조9948원)보다 1.86% 감소했다. 신용손실 충당금전입액은 3228억원으로 지난해 1869억원보다 72.7% 확대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미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대손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추가 적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악재 밭 하반기, 대출 유예 재연장은 ‘무리수’...“일부라도 받아야”

하나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의 실적이 모두 하락했지만 코로나발 위기에도 다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종식과 이에 따른 실물경제 위기,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 등 각종 악재에 하반기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또 금융그룹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과 카드사의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가 재연장되는 점도 문제다. 현재 은행과 카드사들은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 말일까지 대출자들의 원금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대출 연장 만기를 1개월여 남은 현 시점에서 대출 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는 혜택을 재연장해야 한다는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비공개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은 위원장과 금융 수장들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어 지난 29일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정책금융기관장들은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보증 만기연장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사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밝힌바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실물경제 어려움 등 당국의 취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금융권도 재연장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우려는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 종식과 실물경제 회복이 느려지는 만큼 금융권 건전성은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 자체적인 관리로만 코로나 위기를 대비하기는 어렵다. 무조건적인 재연장은 무리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물경제가 갑자기 좋아져서 유예 기간이 끝난 후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이 뒷받침 된다면 이 모든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에 해당되지만, 그렇게 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걸어가고 있는 셈”이라며 “원금이든 이자든 일부를 상환하는 쪽으로 재연장 방식을 바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제1금융권에서만 만기를 연장해준 대출금은 37조1500여억원을 육박한다. 같은 기간 상환을 유예해준 이자는 총 4390억원 수준이며 원금 상환 유예 규모는 3조3800여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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