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되려면 집팔아야하나…당정청, 다주택 공직자 정조준
공무원 되려면 집팔아야하나…당정청, 다주택 공직자 정조준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7.13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상적인 조치일 뿐만 아니라 기본권 침해에 해당
부동산이 들어선 한 상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정권의 수뇌부가 그 책임을 '다주택 공직자'에게 돌리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공직자가 솔선해서 다주택의 꼬리표를 떼야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다주택 처분 '권고'를 하고 있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조치일 뿐만 아니라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13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달 안에 서초구 반포동에 보유 중인 집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노 실장은 자신의 전 지역구인 청주에 소유한 아파트 1채를 지난 2일 매각했다.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둔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이마저 팔겠다고 한 것이다. 노 실장은 청와대 참모를 일일이 면담하면서 매각을 권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도 다주택 처분 권고가 내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같은 날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고위 공직자의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하고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에 이어 정부에서도 1주택을 사실상 강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정책 방향이 아닌, 애먼 곳에 책임을 지우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위 공직자라는 이유로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정책에 방향성을 가지고 이에 대한 비판과 수정을 해야 하는데 고위 공직자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과 같은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을 처분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를 고립시키고 ‘강남불패’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은 지난 12일 강남구 논현동과 세종시에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 중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비서관은 현재 서울에 근무하고 있어, 세종시 아파트를 매도하기로 하고 이미 이달 초에 계약을 맺었고 이달 중 소유권을 이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비서관은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세종 아파트는 실거주한 뒤 매도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강남불패’를 역으로 인정한 셈이라는 평가다. 고위 공직자의 주택 처분이 신뢰는커녕 집값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한 마디로 공무원 되려면 집을 팔아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직업 공무원에게까지 제재에 가까운 권고를 가하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계속해서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정부는 고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고위 공직자 1주택을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국회의원, 장·차관, 광역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등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거주 목적 외 주택을 기한 안에 처분하는 의무를 부여해 정책결정자가 부동산 정책에 미칠 영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