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셧다운 지시에 사실상 인수거부 드러낸 제주항공 규탄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셧다운 지시에 사실상 인수거부 드러낸 제주항공 규탄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7.03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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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최종구 대표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최종구 대표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제주항공이 제시한 '선결 조건'과 관련, 이스타항공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이스타항공과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체불 임금 등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하던 노조가 돌연 제주항공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3일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며 제주항공을 규탄했다.

이날 노조는 "제주항공이 '3월 이후 발생한 채무를 영업일 기준 10일 이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이자 사실상 계약해지에 가까운 공문을 보냈다"며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15일 이내에 갚으라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양해각서(MOU) 체결 후 자신들이 구조조정을 지시해왔고 코로나19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는 것은 날강도와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동안 조종사노조는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이 의원과 이스타홀딩스에 체불 임금 해소의 책임을 지라고 주장해왔는데 전날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에 이은 '셧다운' 지시 사실 등이 알려지자 투쟁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이날 노조는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녹취파일 내용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3월 20일께 오간 통화에서 최 대표가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나"고 하자 이 대표는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가 "희망 퇴직자에게는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고 우려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의 부채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심각한 승객 감소도 원인이지만 구조조정에 몰두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못 받았고, 이유 없이 전면 운항 중단이 이어지며 손실을 줄이기 못했기 때문"이라며 "제주항공의 이익을 위해 이스타항공을 희생해 자력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했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이밖에 지난 5월 국토교통부의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제주항공이 이원5자유(현지 승객을 제3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권리) 운수권을 독점적으로 배분받은 것도 결국 제주항공에 대한 정책적 특혜였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에 이어 오는 4일 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이후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불매운동 등 총력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스타항공 사측은 전날 밤 제주항공에 다시 공문을 보내 지난달 29일 이상직 의원의 '지분 헌납'에 대해 재차 설명하고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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