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전액배상 “판매사 때리기”...금융권, 금융당국 책임회피에 ‘부들부들’
라임펀드 전액배상 “판매사 때리기”...금융권, 금융당국 책임회피에 ‘부들부들’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7.0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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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판매사, 투자자 착오 유발...투자자에 전액 배상해줘라"
금융거래는 당국의 감독이라는 보호장치가 기반
금융권 “책임회피가 부른 과도한 결정”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판매사가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판매사가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판매사가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결정하자 전(全)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사기극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판매사를 제외한 나머지 판매사 중에는 언론 보도 직후에야 해당 펀드가 사기임을 알게 된 곳도 있는데 모든 판매사에 똑같이 100%를 배상하라는 결정은 과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회피로 사태의 책임을 판매사에게만 떠넘기는 일명 ‘판매사 때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 "판매사, 투자자 착오 유발...투자자에 전액 배상해줘라"

2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플루토 TF-1호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판매사들로부터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원금 전액 반환 배상안은 금감원 분쟁조정 사례 중 이번이 최초다.

이번 분쟁조정 대상은 전액 손실이 확정된 '플루토 TF-1호'다. 라임운용은 2017년 5월부터 플루토 TF-1호 펀드 투자금과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2개, BAF펀드, Barak펀드, ATF펀드 등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 이중 IIG 펀드에서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IIG는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작년 11월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등록 취소와 펀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았다.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이 같은 IIG 펀드 부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2018년 6월로 파악됐다. 이들은 IIG 펀드가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았음에도 그해 11월까지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한 것으로 임의 조정했다.

또 투자위험과 관련해서는 위험 등급과 보험 가입 여부 등이 허위·부실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TRS 레버리지를 활용한 운용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위험성이 1등급(매우 높은 위험)에 해당하지만 플루토 TF-1호의 일부 자펀드는 3등급(다소 높은 위험)으로 표기됐으며, 부실이 발생한 IIG 펀드에 상당 비중을 투자하고 있으면서도 펀드 수익 기대율을 6% 수준으로 기재했다.

금감원이 해당 펀드에 대해 전액 배상안을 내놓은 것은 단순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배상안 근거로 민법 제109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들었다. 금감원 분조위 측은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부분(최대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라임자산운용)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일부 판매직원은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합리적인 투자판단의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인정됐다”면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결정했다.

금융거래는 당국의 감독이라는 보호장치가 기반...금융권 “책임회피가 부른 과도한 결정”

이러한 금감원 배상안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여론을 의식한 판매사 때리기’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판매사 중에는 라임 사태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접한 곳도 있는데 그들에게도 똑같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사태 수습에 급급한 금융당국이 판매사에게만 100% 책임을 돌리려는 ‘책임 회피’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B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최근 당국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점을 의식해 일단 판매사를 때리고 본다는 식의 결정으로 판단된다. 라임 펀드는 TRS(총수익스와프)를 직접적으로 제공한 증권사의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판매만 한 은행 측 입장에서는 똑같이 사기를 당한 것뿐인데 똑같은 배상을 하라는 결정에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B증권사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다.

이번 분쟁 조정의 원금 전액 배상이라는 결정에 대해 은행권에서도 과도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분쟁 조정 대상인 ‘TF-1호’를 판매했던 A은행 관계자는 “라임 펀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작년 하반기 초쯤 언론사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 운용사인 라임과 펀드를 발행한 신한금투는 굴지의 금융사들이다. 거기서 전달 받은 상품 안내서를 그대로 가지고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액 배상하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만은 않다. 그저 억울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해당 사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일단 판매사들이 책임지라는 금융당국의 책임회피로 밖에 이해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구멍가게 상품을 가져다 판매 한 게 아니다. 금융사는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그 신뢰에는 당국의 감독이라는 보호장치가 기반이 되는 것”이라며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판매사들에게만 전가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배상과는 별개로 이번 조정안은 해당 은행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배임 이슈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여서 더욱 민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금융권의 억울함을 금융당국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는 해당 분쟁 조정의 핵심이 되는 근거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분쟁조정2국 관계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판매사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판매계약은 판매사와 투자자가 맺은 것이다. 법령에선 판매사가 사기를 미리 알았는지 몰랐는지의 여부가 판단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 법령의 핵심은 투자자가 착오를 했느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판매사 입장에서도 배상 이후 운용사와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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