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현대카드의 IPO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 국내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히지만 시장에서 제시하는 기업가치와 현대카드가 바라보는 수준이 다른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또 본격적인 IPO절차를 앞두고 몸값 흥정에 변수로 작용하는 ‘이슈관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확산하고 있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계획대로 올해 안에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상 IPO성공까지 난항이 예고돼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 시장점유율을 보면 현대카드는 15.8%로 4위에 머물렀다. 지난 2017년까지 점유율 3위를 무난히 유지하던 점유율은 2018년부터 계속 하락 중이다. 최근 맹추격 중인 3위 KB국민카드(17.3%)와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난해 4월 코스트코를 독점할 때만 해도 삼성카드가 현대카드에 2위 자리를 내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현대카드는 오히려 한 단계 밀려났다.

시장점유율이 회사의 신용등급과 이미지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걸림돌이란 의견이 나온다.

투자은행(IB) 한 전문가는 “IPO의 첫 시작은 이슈관리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카드업은 덩치 키우기가 어렵다고 보는 인식이 많다. 이런 가운데서도 해당 카드사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계속 줄어든다는 점은 가격 흥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카드 IPO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안 팔려서’다. 요즘 업계에서 카드산업은 지는 해라는 말이 나돈다”라며 “국내시장에선 덩치를 키우기가 어렵고, 해외에선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 가능성이 높지 않고 정체된 수준인데 가격은 비싸다. 시장 논리에 맞지 않아 안 팔리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카드의 밸류는 동종업계에서 유일하게 상장한 삼성카드의 최근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고려해 산정할 시 1조6000억원~1조7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제시한 적정 기업가치는 2조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밸류에 대한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지난해 정태영 회장이 직접 2021년까지 IPO를 미루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점과 주관사 선정 이후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결국에는 IPO자체가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IPO를 계속 추진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의 한계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무능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IPO를 철회하기가 결코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이랜드리테일 같이 IPO 미이행 패널티를 FI에 물어줘야 하는 조항이 계약조건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몽구 회장의 사위로 책임경영에선 자유로울 수 있으나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더 확산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이랜드리테일은 3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IPO를 추진했으나 수차례 연기 후 결국 지난해 6월 IPO 추진을 중단했다. 이에 이랜드리테일은 연 2%의 IPO 미이행 패널티 금리를 물어주고 결국 FI 지분을 다시 매입했다. 이랜드리테일 FI컨소시엄의 투자 규모는 총 4000억원이며 패널티(2%) 규모는 약 80억원이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11월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며 IPO 절차를 개시했다. 현대카드는 IPO 대표 주관사에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고, 한국투자증권은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카드가 IPO를 추진하는 배경은 2년 전 유치한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회수를 돕기 위한 것이다. 현대카드에 투자 할 당시 F1들은 상장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FI들의 현대카드 지분은 24%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장하은 기자 jhe910@whitepaper.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