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출산했는데 서울로 출근하라니...현대카드 '막장' 구조조정 도마에
전주서 출산했는데 서울로 출근하라니...현대카드 '막장' 구조조정 도마에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6.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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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티브잡스’ 정태영?...그 뒤에 감춰진 수많은 ‘눈물자국’
현대카드 노조 “구조조정 대상 직원 인터뷰, 녹취록 증거 수집 중”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현대카드 전주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A씨는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가자 복직 할 채비를 하다 회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A씨가 근무했던 부서가 사라진 것. A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퇴직금을 받고 퇴사를 하거나 서울 영업점으로 출·퇴근 하는 것 밖에 없었다. 갓 출산한 A씨는 차마 서울로 출·퇴근을 할 수가 없어 결국은 퇴사를 결정했다.

2일 현대카드 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현대카드가 단행한 구조조정 과정은 ‘부당’함으로 점철돼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고강도 구조조정은 ‘있는 것 보다 없는 게 낫다’는 경영전략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그 과정이 심각하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주에서 육아휴직을 받았던 영업점 여직원은 복직하려고 보니 조직이 폐쇄돼 갈 데가 없었다”며 “본사가 내놓은 방안은 그 여직원에게 퇴직금을 제시하며 ‘현재 받는 금액이 적은 게 아니다 받고 퇴사하라’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퇴사가 싫으면 서울로 출근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제 막 아이를 낳은 사람이 어떻게 전주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느냐”고 토로했다.

A씨 이외에도 육아휴직과 함께 퇴사를 강요당한 사례는 현대카드 지방권 영업점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현재 현대카드 노조는 이들을 포함해 구조조정당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당시 기록했던 녹취파일을 수집하는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퇴사강요, 부당전출 등을 당할 때 전 과정을 녹취한 직원들도 다수 있다. 현재 직원들을 상대로 증거수집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2년간 600여명에 가까운 고강도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특히 2018년 1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400여명 규모의 인력 축소에 대한 질문에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실제로 잘려나간 직원은 500여명에 가까웠다. ‘사람버려 실적방어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덕분에 현대카드는 지난해 판매관리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급여 부분에서 전년보다 8% 가까이 줄어든 효과를 봤다.

최근 몇 년 간 현대카드의 고강도 구조조정은 이미 비난을 사던 부분이었으나 그 과정이 강업적이거나 부당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강도 인력감축 단행을 계기로 지난 2월 현대카드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2년 새 6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방식은 권고사직 강요가 대부분이었고,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 직원들에겐 일방적인 인사이동과 부당전출을 강요받았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노조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 노조는 지난달 15일 설립 후 처음으로 본사와의 상견례를 가졌다. 노조는 당시 본사 측에 4가지 안을 제시했다. 먼저 실무교섭 시 휴가 대체 대신 업무로 인정해 달라는 것과 ▲교섭 시 외부가 아닌 본사에서 진행 ▲실무교섭 주1회로 정례화 ▲조합원들의 소득공제가 가능하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4가지 안에 대한 현대카드의 답은 모두 ‘불가’였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원들이 본사에 출입조차 못하게 한다. 임단협까지 가려면 자주 만나야 하지만 만나는 횟수도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사례를 지켜본 사측이 똑같이 대응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설립된 현대캐피탈 노조도 아직까지 위의 4가지 안이 정례화 되지 않았다. 최근까지 기초교섭만 7차례 진행했으나 모두 외부에서 진행됐으며 실무담당자가 와서 본질적인 논의는 회피한 채 시간만 채우고 가는 형식이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디지털 전환’ 카드를 꺼내들면서 시작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디지털 전환을 꾀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한국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까지 생겼지만 이는 ‘눈물로 얼룩진 혁신’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전략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비난은 삼가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식에 있다”며 “특히 육아휴직과 관련된 사안들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대카드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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