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코로나가 무섭다...은행권, 자산건전성 불안에 ‘촉각’
은행도 코로나가 무섭다...은행권, 자산건전성 불안에 ‘촉각’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5.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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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부실자산 ‘역대급’ 증가...대비 여력은↓
올해 대출성장률 목표치 4월에 이미 소진...“은행 건전성 생각해봐야 할 문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부터 대기업까지 전(全)기업들의 은행대출이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다.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부터 대기업까지 전(全)기업들의 은행대출이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최근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부터 대기업까지 전(全)기업들의 은행대출이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다. 문제는 대출 증가가 일시적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은행권은 올 들어 수익성은 최대치로 떨어지고 부실채권은 증가한데다 이를 대비할 여력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전성 개선을 위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야 할 시국이라 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심만 깊어진다.

은행권 대출·부실자산 ‘역대급’ 증가...대비 여력은↓

13일 한국은행의 '2020년 4월 금융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4월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29조2000억원이다. 월별증가액은 27조9000억원으로 3월(18조7000억원)에 세운 역대 최대치 기록을 또 넘어섰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모두 최대치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4월 한달간 대기업대출은 11조2000억원, 중소기업대출은 16조6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이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한 잔액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4월말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자영업자 대상 대출 잔액은 250조3083억원으로 전년 말(239조4193억원)보다 10조8887억원 증가했다. 증가율도 가팔랐다. 2월 0.64%였던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3월엔 1.22%로 치솟더니 4월 들어 2.20%로 확대됐다. 증가율은 코로나19 여파 본격화가 시작된 4월보다 5월부터는 더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은 측은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 증대, 정부·은행의 금융지원 등으로 증가규모가 크게 확대됐다"면서 "특히 개인사업자대출은 매출감소에 따른 사업자의 운전자금 수요가 증대된 데다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대출 등 정책지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출이 역대급으로 불어나는 가운데 부실채권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시중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NPL)은 4조270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48억원(2.8%) 늘었다. 문제는 이를 대비할 수는 여력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NPL커버리지비율은 113%로 작년 말보다 2.5% 하락했다.

NPL은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을 가리키며, NPL커버리지비율은 NPL 대비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올해 대출성장률 목표치 4월에 이미 소진...“은행 건전성 생각해봐야 할 문제”

은행들의 고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실적은 악화하고 건전성지표들에는 경고등이 울리는 등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 상태는 점점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건전성 악화 방지를 위한 계획 수립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은 한시적으로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서민들의 자금 확보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어났고, 신한은행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신한은행 측에 전세대출을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속도를 조절하고자 했으나 서민 주거안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면서 “서민 주거안정과 코로나19 피해 기업,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은행들은 올해 대출성장률 평균 목표치를 4%대 초반으로 설정했으나 이미 지난달에 이를 모두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관련 지원프로그램에 은행자금이 대거 동원되면서다.

은행들의 연체율 수준은 1%대로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추세로 실물경제 위기가 재점화 된 국면이라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하반기까지 혹은 내년까지 어려울지, 연체율이 급증할지는 사실 정확히 예측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대출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확대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수익성이 감소하는 국면에서 건전성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 순이익은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원) 대비 17.8% 감소했다. 이 기간 NIM은 1.46%로 떨어지면서 수익성 감소 폭은 확대됐다. NIM은 예금과 대출 금리 차 축소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부터 하락세가 이어져 올해 1분기에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기대출 증가가 일시적 현상은 아니다”라며 “개인사업자대출 증가는 최소한 7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6~7월에는 시중은행들의 대출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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