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향배 변수는 '코로나19 지속성 여부'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부동산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코로나 감염증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됐다.
시장에서는 ‘반짝 하락’이냐, ‘대세 하락’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부동산 침체기가 올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 ‘강남4구·마용성 고개 떨궜다’...서울 하락장세 본격화?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2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일 한국감정원에 통계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04%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0.02%보다 하락폭이 커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보유세,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매물이 급매로 나오면서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집값 대장주인 강남권의 낙폭이 커졌다. 강남4구 아파트값은 –0.18%로, 작년 3월 셋째 주(-0.08%) 조사 이후 약 1년1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0.24%를 보였으며, 송파구는 –0.08%, 강동구는 –0.02%를 각각 기록했다.
강남권뿐 아니라 강북권 주요 지역도 약세를 보였다.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구(-0.04%), 용산구(-0.04%), 성동구(-0.01%) 아파트값도 일제히 떨어졌으며, 광진구(-0.03%)와 양천구(-0.02%)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한때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노도강' 지역은 상승세가 주춤했다.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아파트값은 나란히 0.03%를 기록하며,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줄어들었다.
이미 경기 지역의 풍선효과도 잠잠해진 분위기다. 지난달만 해도 강세였던 수원시(0.06%)는 오름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과천시(-0.03%)와 성남 분당구(-0.07%) 등지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 서울 집값 향배는 어디로?...관건은 ‘코로나19 장기화 여부’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값 전망을 두고 ‘반짝 하락’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과 ‘대세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 상황을 서울 집값 하락의 신호탄으로 진단하기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도세 중과 유예 매물로 인해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는 유독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인 6월 말 전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하에 풍부한 유동성이 시중에 풀려있어 집값이 쉽사리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도 있다.
이와 달리, 서울 집값의 대세 하락을 점치는 시각도 만만찮다. 부동산에 대한 하방압력이 이전보다는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고강도 대출규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 증대, 집값 상승의 피로감 등이 한꺼번에 겹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서울 인기 지역의 하락세가 도미노처럼 수도권 전역으로 퍼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집값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집값 약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상승세였던 수도권 지역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점이 불확실해진 데다가, 실물경기 침체로 시장을 둘러싼 비우호적인 상황이 조성됐다”면서 “한동안은 수요 위축으로 집값 조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