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車수요 감소로 실적 악화 불가피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현대자동차의 올 한해 장사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마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이고 있어서다. 현대차의 중국 부품 공장에 이어 미국 공장까지 셧다운 조치가 내려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 선전했던 미국 시장마저...“북미 판매 최대 20% 감소할 듯”
이번에는 코로나19가 현대차의 해외시장 심장부를 급습했다.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현대차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글로벌 판매 기지다.
현대차는 작년 미국에서 SUV 인기로 총 71만대를 팔아 선방했다는 평을 받았다. 다른 해외시장이 역성장한 것과 달리, 미국에서만큼은 전년보다 판매량이 4.7% 늘어난 것이었다. 이러한 기세로 현대차는 올해 연간 판매량 목표를 72만8000대로 올려잡았다.
연초 출발은 좋았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1월과 2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팰리세이드, 투싼, 코나 등 SUV 라인업이 활약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상황은 단번에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현지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경기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판매량이 3월부터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북미시장과 관련해 "아직 단언하긴 어렵지만 지금 상태로 간다면, 연간 판매가 10∼20%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미 일부 딜러는 정부 방침으로 문을 닫아서 판매에 차질이 있다"며 "이번 주말엔 어느 정도든 모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엎친 데 덮친 격’ 美앨리배마공장 스톱...재가동은 ‘글쎄’
급기야 미국 내 현대차 공장이 폐쇄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진 모습이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미국 내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앨라배마 공장은 현대차의 첫 미국 공장으로 지난 2005년부터 가동돼왔다. 연간 총 37만대의 차량이 생산되며, 약 30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줄줄이 미국 내 공장 문을 닫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생산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국내 공장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밀접 접촉자를 자가격리시키고 방역 조치를 한 뒤 곧 생산을 재개하고 있지만, 미국은 상황이 달라 생산재개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수요 감소로 현대차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당초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분석됐지만, 현재는 80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러한 악재 속 주가는 바닥을 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18일 3시 기준 6만6300원으로 전날보다 9.8% 넘게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15조원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로 치명상을 입으면서 현대차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감염 확산세가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적어도 상반기까진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