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에 전운이 감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선 4월28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야 하지만, 분양가 산정을 두고 재건축 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격차가 커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이 때문에 조합의 셈법도 복잡해진 모습이다.

■ 시세 무시하는 HUG... 조합에 부담 떠 넘겨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의 HUG 분양보증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조만간 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조합은 작년 말 총회에서 일반분양가 3.3㎡당 3550만원으로 확정했다. 현재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당 4000만원을 넘고, 공사비 추가 부담 등을 고려할 때 3.3㎡당 3500만원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조합과 HUG 간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현재 HUG의 기준을 적용하면 둔촌주공의 일반분양가는 2900만원 수준이다. 당초 제시한 2600만원보다는 오른 금액이지만, 조합은 분양 실익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반응이다. 이대로 일반분양가를 낮게 책정한다면, 억 단위의 추가 분담금은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렇다고 HUG가 쉽사리 뜻을 굽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고분양가 관리를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해왔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협상에 조합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진 상태다. 일부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총회에서 의결한 3.3㎡당 3550만원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조합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합장 해임 총회 개최를 위한 동의서 서명이 10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분양가상한제 ‘째깍째깍’.... 후분양 배수진까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황은 긴박해진 분위기다.

이번에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제시한 3.3㎡당 3550만원이 HUG의 분양보증심사를 통과하면, 예정대로 다음 달 일반분양이 이뤄진다. 내달 2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낼 수 있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충분히 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HUG가 보증심사를 거부하면 조합은 시간이 빠듯해진다. 총회를 열어 일반분양가를 소폭 조정해 다시 보증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분양가 다시 확정하는 데 조합원들의 의견이 필요하다. HUG의 분양보증 심사는 2주, 주민들의 공람 기간이 한 달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넘길 가능성이 커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난제다. 총회가 효력을 가지려면 전체 조합원의 20% 이상 출석해야 한다. 현재 둔촌주공 조합원 수만 6250명으로, 적어도 1250명이 총회에 참석해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총회 일정을 진행하는 게 여의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합원 사이에서 후분양이 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분양을 택하면, 조합의 뜻대로 일반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다만, 둔촌주공의 일반분양분이 5000가구에 육박해 공사비 조달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후분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추가 금융비용 발생, 공시지가 추이 등 변수가 많다.

둔촌주공 한 조합원은 “HUG의 엉터리 분양가 산정으로 수 억원의 분담금을 떠안을까 걱정된다”면서 “이럴거면 차라리 후분양을 가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조합원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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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솔 기자 yskim@whitepaper.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