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진행 중인데"...항공업계, 코로나19에 짙어진 '승자의 저주'
"인수 진행 중인데"...항공업계, 코로나19에 짙어진 '승자의 저주'
  • 김예솔 기자
  • 승인 2020.02.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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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 달 전까지만해도 인수 순항이어갔지만
HDC현산·제주항공, '코로나19' 돌발 악재에 '비상등'
아시아나항공이 실적 악화와 코로나19 등으로 촉발된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한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실적 악화와 코로나19 등으로 촉발된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한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항공업계 M&A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자칫 ‘승자의 저주’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돌발 난기류 만난 HDC현산...다시 불거진 ‘승자의 독배 ’우려

HDC현대산업개발이 코로나19로 난제를 맞이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품는다 할지라도 당분간 '적자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는 순항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통으로 인수했다. 물론 ‘승자의 독배’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범(凡)현대가의 항공업 진출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다.

불과 두 달 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악재를 맞이했다. 지난 18일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 38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특단의 고육책까지 나왔다. 일반직, 승무직, 정비직 등 전 직종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10일간 실시하기로 했다.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이미 초상집 분위기다. 임원진 전원이 사직서를 내는 등 고강도 자구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일련의 자구책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2조1772억원의 자금 수혈(신주 인수대금)에도 경영정상화까지 상당 기일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3월 주주 총회, 4월 유상증자 및 인수대금 납부 등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승자의 독배' 우려에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25일 1만9100원에 장을 마감됐다. 석 달전 아시아나항공 우산협상자로 지정됐을 당시 주가(2만6889원)보다 28.9% 떨어졌으며, 1년 전 주가(4만6638원)보다는 59.0% 하락했다.

■ “내 코가 석자인데”...이스타 인수 앞둔 제주항공, 악재에 '진땀'

LCC 1위 제주항공의 분위기도 침울하기만 하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LCC 5위 항공사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LCC 선두 자리를 굳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악재를 맞이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제주항공은 이달 12일 위기경영체제를 선포했으며, 경영진의 임금 30% 반납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는 6월까지 최대 4개월간 희망자에 한해 유급 휴직 제도를 실시하고, 이 기간 70%의 임금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처럼 임직원 임금 삭감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만큼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이대로라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온전히 품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과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추가로 연기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미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의 SPA를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이 열악한 만큼 SPA를 체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며 ‘연기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인수 협상 때보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작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으로,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재무 건전성이 더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25일 지급할 예정이었던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기로 했다. 고객 환불 급증과 매출 급감으로 인해 자금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추가 자구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는 흔들림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조심스레 인수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M&A 연기설’에 이어 ‘무산설’까지 나올 정도로 최악인 상황”면서 “인수 협상 당시 책정된 가치보다 주식이 떨어지고, 당분간 적자가 예상되면서 인수 당사자 모두 셈법은 복잡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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