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머니게임’이 시작됐다. 올해 주주총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른바 반(反) 조원태 연합과 친(親) 조원태 진영이 앞다퉈 지분 매입에 한창이다.
양쪽의 지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장내에는 한껏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조원태 백기사’ 자처...델타항공, 보유 지분 11%까지 늘려
한진그룹의 우군인 델타항공이 반도건설에 견제구를 날렸다. 델타항공이 이달 20일과 21일 한진칼 지분 1%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로써 총 보유지분이 11%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9월 4.3%를 추가 매입한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매입한 것이다. 사실상 델타항공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식 매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항공사 동맹인 ‘스카이팀’을 구축한 항공사로, 고(故) 조양호 회장 때부터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 2018년 5월부터는 아시아와 미주 지역에서 370여 개 노선을 함께 운항하는 조인트벤처를 운영 중이다.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기에 아슬아슬하다. 백기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 반 조원태 연합에 선 반도건설이 지난주 한진칼 지분 5.02% 추가 매입하면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게 됐다.
현재 반 조원태 연합의 지분은 37.08%, 조원태 회장의 우호 지분은 39.25%다. 지분율 격차가 겨우 2%대다.
이번에 매입한 한진칼 지분은 지난해 12월26일 한진칼 주주명부 폐쇄 후 매집한 것이어서 다음 달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경영권 다툼이 내년 3월까지 장기전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머니게임’ 본격화됐다...‘델타항공 vs 반도건설‘
이미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머니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먼저 한진칼 지분 51%를 차지하는 진영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대결 구도는 자금력을 갖춘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의 싸움으로 좁혀진 모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모습이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지분이 17.29%에 불과해 사실상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당시 KCGI는 미래에셋대우에서 주식담보대출 만기연장을 거절당해 제2금융권으로 발을 돌린 정도로 조달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KCGI는 올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구축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특히, 반도건설은 6개월 만에 한진칼 지분을 6.28%에서 13.0%로 끌어올리며 3자 연합에 힘을 싣고 있다. 보유 계열사까지 더하면 유동자산만 1조29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지분을 매집할 자금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맞서는 델타항공도 호락호락하진 않다. 델타항공은 총 여객 운송수, 보유 항공기수,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위 항공사다. 1위 타이틀에 걸맞는 탄탄한 자금력을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일단 델타항공이 기업결합 신고기준인 1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지분 매입만으로 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이 명분과 실리를 잃으면서 더욱 한진칼 지분 매입에 힘쓸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외부 연합의 경영권 도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결속력 악화와 명분 상실로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주주들의 표심을 돌릴 만한 경영쇄신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