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아이콘' 현대차 노조, '실리'로 핸들 꺾나
'투쟁 아이콘' 현대차 노조, '실리'로 핸들 꺾나
  • 김예솔 기자
  • 승인 2020.02.13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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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현대차 노조 "경직된 사고 버리자"
새 노조집행부 이후, 변화의 기류...'합리적 실리주의' 추구
이상수 신임 노조지부장이 1월10일 울산시 북구 회사 문화회관에서 노조 집행부 출범식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수 신임 노조지부장이 1월10일 울산시 북구 회사 문화회관에서 노조 집행부 출범식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달라진 현대자동차 노조의 분위기에 시선이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현대차 생산라인 중단되자, 노조가 조합원들을 독려하기에 이르렀다. ‘생산성 만회’에 이어 ‘소통’과 ‘신뢰’라는 말까지 사용해가면서 노사 상생의 메시지를 던졌다.

현대차 노조는 12일 ‘코로나가 노사 생존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제목의 소식지를 통해 "고객이 없으면 노조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노사는 고객에 신뢰와 믿음을 줘야 한다”며 사측에는 부품 공급을, 조합원들에게는 생산성 만회를 동시에 당부했다.

노조는 이어 "집행부는 소통과 공감을 가치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자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며 "사측만 변화 의지에 공감해 준다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현대차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위기 속에서도 ‘상생’ 기조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줄곧 투쟁을 외쳤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기도 하다.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 것은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 이후부터다. 작년 9월 현대차 노사는 8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노조가 무조건적 파업보단 협의가 중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노조도 아집을 벗고 변화의 기류에 합류했다는 시각이다. 이미 현대차는 고질적인 고임금·저효율 구조로 미래차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이러한 흐름은 곧바로 노조지부장 선거로 이어졌다. 작년 12월 현대차의 새 노조지부장으로 실리 성향의 후보자가 당선된 것이다.

당선된 이상수 노조지부장은 일찍이 ‘합리적 노동운동’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단협 교섭이 시작되면 연례행사처럼 반복하던 파업을 경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췄다.

현대차 울산공장 근무자들이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울산공장 근무자들이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유의미한 변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차 노사가 ‘와이파이 사태’로 때아닌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현대차가 근무 시간 중 와이파이 사용을 제한하자, 발끈한 노조가 특근 거부로 사측과 맞서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와이파이 제한조치를 철회하면서 현대차가 백기를 든 형국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

당시 노조의 비상식적인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노사 상생에 기대를 걸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의 노조가 더 많은 임금과 복지를 위해 투쟁을 벌여 성장해온 만큼 당장의 변화를 꾀하기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짙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올해 현대차 임단협을 향하고 있다. 노조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실리주의 노선을 택한 것은 자동차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라면서 “비로소 강성 노선에서 벗어날지는 올해 임단협 결과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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