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거리서 `전도연처럼 울던 여자`
프라하 거리서 `전도연처럼 울던 여자`
  • 북데일리
  • 승인 2006.05.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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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전도연의 감성연기가 돋보였던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연출 신우철)은 프라하의 아름다운 풍광과 폭풍처럼 펼쳐진 네 남녀의 사랑을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난 믿었어 그리고 기다렸어 오늘 오겠지 내일 오겠지 전화 안오길래 손가락이 부러졌나 나보러 안오길래 다리가 부러졌나 혹시 죽은 건 아닌가 나한테 못 올이유 그 이유 밖에 없는데 그럼 난 어떡하나 너무 마음이 캄캄해서 밤에 불도 못 껐어. 그래도 딴 남자 못 만나겠더라 너한테 끝이란 얘기 못 들어서"

영우(김민준)에게 눈물을 삼키며 했던 재희(전도연)의 대사다. 이별의 이유도 모른 채 영우와 헤어졌던 재희는 “너무 늦었어 널 봐도 설레지 않을 만큼 가슴이 뛰지 않을 만큼 넌 이미 내 과거야" 라는 말을 남긴 채 단호히 발길을 돌린다.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문학동네. 2006)의 주인공이 들었다면 따라 울었을 만한 가슴 아픈 말이다. 타인의 슬픔을 지나치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주인공 여자는 ‘비물질의 여자’라고 불린다. 여자는 불행의 덫에 걸린 남자, 여자, 아이들에게서 스며 나오는 눈물과 고통의 신비스러운 압축본 같은 존재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늘 도시 안에 변함없이 존재했다.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의 그 크고 비물질적인 몸속에서 나직하게 소리 내며 흐르는 것은 비탄에 잠긴 사람들의 눈물인 것이다”

“재능 있다”는 평가를 뛰어 넘어 “천재”라는 극찬을 받는 프랑스 작가 실비 제르맹의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는 주인공의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독특한 소설이다.

독자는 주인공 ‘그녀’의 뒤를 쫓으며 어두운 역사의 자취가 담긴 프라하의 거리와 모퉁이를 만난다. 이국의 도시 프라하가 읽는 이의 내면의 풍경이 되고, 어두움이 되는 진귀한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

소르본에서 철학을 공부한 작가 실비 제르맹은 저명한 철학자 엠마뉘엘 레비나스의 지도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1984년 <밤의 책>으로 등단해 1989년에는 <분노의 나날들>로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사진 = 방송장면)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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