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항공사 이슈 장악한 건설사...사업다각화 '큰 그림'
양대항공사 이슈 장악한 건설사...사업다각화 '큰 그림'
  • 김예솔 기자
  • 승인 2020.01.15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난기류 만난 1·2위 항공사...반도건설·HDC 존재감 뽐내
난기류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는 항공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가 내수경기 침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 항공사 간 과잉 경쟁 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양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도건설은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의 3대 주주로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자로서 영향력을 한층 확대한 모습이다.

이들 건설사의 행보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수 십년간 주택사업을 통해 거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새 도약을 꾀하려는 것이다.

■ ‘주택 외길’ 반도건설의 외도...한진칼 경영 참여 선언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드’로 급부상했다. 급기야 한진칼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반도건설이 가진 한진칼 지분은 8.28%다. KCGI(17.29%), 델타항공(10%)에 이어 한진칼 단일 주주 가운데서는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작년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이후 꾸준히 한진칼 주식을 사들여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왔다고 밝혔지만, 한 달 만에 한진칼 ‘경영 참여’에 나서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의 업계도 놀란 눈치다.

시장에서는 반도건설이 긴장감을 높여 그룹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밑바탕에는 주택사업에 치중됐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반도건설은 작년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제법 몸집 큰 중견건설사다.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두고, 아파트 브랜드 ‘반도유보라’를 통해 주택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여기서 문제는 주택사업이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외도가 절실한 상황이 된 것이다. 비슷한 몸집의 중견 건설사들이 활발한 M&A로 사세를 확정한 것과 달리, 반도건설은 주택 외길만을 걸어왔다.

현재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을 통해 항공업뿐 아니라 호텔, 레저, 관광사업까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건설이 경영에 참여할 시, 그룹과 관련한 사업에서 수주 실적을 내기가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 '그야말로 파격' HDC 항공업 진출기...“건설업보다 리스크 적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로써 HDC현산은 인수를 계기로 기존 건설그룹에서 건설, 유통, 레저, 물류를 아우르는 종합 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HDC현산의 항공업 진출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건설업과 항공업과의 접점이 그리 크지 않아서다.

HDC현산은 반도건설과 상황이 비슷하다.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 비중만 90%에 달한다.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앞세워 탄탄한 실적을 쌓아왔지만, 주택경기의 불확실성으로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항공업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내수경기 침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 항공사 간 과잉 경쟁 등으로 항공사 대부분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까지 흔들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하늘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산업 특성상 ‘건설업보다 항공업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항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인만큼 진입장벽이 높으며, 희소성도 크다. 정유, 관광, 물류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많아 외연도 손쉽게 확장할 수 있다. 게다가 주택산업이 정체기에 다다른 것과 달리, 항공산업은 관광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외도가 시급한 건설사에겐 매력적인 영역인 셈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본업인 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가 작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도전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항공업계 불황이 오히려 건설사들에게 기회를 열어준 셈이 됐다”이라면서 “합종연횡을 하려는 항공사와 사업다각화를 나서려는 건설사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