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중동 리스크'...긴장 못 늦추는 건설업계
여전한 '중동 리스크'...긴장 못 늦추는 건설업계
  • 김예솔 기자
  • 승인 2020.01.0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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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로 중동 발주에 쏠리는 눈
호재 '고유가' 못지 않은 악재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이란 분쟁이 격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일제히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란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건설업계는 중동발(發) 리스크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다.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군사적 보복 대신 즉각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양국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갔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번 악재로 해외수주에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발주 증대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호재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 국내 건설사 ‘불똥’ 튀나...다시 살아난 이란 제재 악몽

건설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불안정한 정세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변국까지 정세가 악화할 경우, 자재 공급이나 수금 조달 부문 등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이란 접경지역인 이라크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현대건설, 한화건설, GS건설, SK건설 등은 현지 상황을 점검하는 데 분주하다.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면, 중동 지역의 발주 규모가 줄어들 우려도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수주한 사업이 연기되거나 해지되는 일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건설사들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 차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미국이 2018년 이란 제재를 본격 가동하자, 대림산업이 따낸 2조20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금융약정 체결이 1년 넘게 지지부진해지자, 약정체결 기한 만료로 계약이 자동 불발된 것이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수주한 3조8000억원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도 중도 해지됐다.

이처럼 이란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량은 꼬꾸라졌다.

이란은 과거 중동 건설 5위 시장으로 군림했다. 핵 협정을 탈퇴하기 직전인 2017년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발주하는 해외시장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 이후 이란 경제 제재 발동으로 중동 지역의 해외수주량은 100억 달러선이 무너졌다.

■ ‘중동리스크’ 고유가 이어질 듯...‘위기인가 기회인가’

중동 리스크로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유가로 건설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70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6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양국 관계의 긴장감을 걷어내기엔 일러 국제유가가 한창 널뛰는 모습이다.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고유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그간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상승기에 인프라 확충에 힘을 실으면서 해외수주 일감을 늘려왔다. 고유가 시대였던 1970년부터 1980년 중반까지는 산유국의 건설투자 증대로 ‘중동 붐’이 일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산유국 재정 개선에 따른 건설 발주 증가 및 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고유가 기조에도 낙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불안정한 중동 정세가 발목을 잡아서다.

실제로 ‘아랍의 봄’ 전후인 2011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산유국들의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면서 예상보다 발주량이 더뎌지기도 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정세는 해외수주의 변수”라면서 “작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중동 산유국의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정작 발주는 지연됐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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