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에 투자자들 0%대 예금에 돈 묶어놓고 관망세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시중에 풀린 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채 '0%' 대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51조7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77조2000억원(11.5%) 증가했다.
작년 10월 80조6000억원 기록 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지난해 8월까지는 예금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기준금리 인상 두 달 전인 9월부터 10%대로 증가했고, 올 들어 11%대까지 올라섰다.
반면 예금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 10월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하자 0%대 정기예금도 다시 등장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9월 한 달 은행에서 신규가입한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금리가 1% 미만 상품의 금액 비중은 지난 8월보다 0.9%포인트 오른 1.7%를 차지했다.
은행연합회 예금상품금리비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정기예금 1개월~36개월 기준 상품 금리가 0%대에서 1%대 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1개월 정기예금 상품중에서는 BNK경남은행 ‘e-Money’ 가 0.75%로 금리가 가장 낮았고, 반대로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전북은행의 ‘시장금리부 정기예금(만기지급식)’·‘스마트정기예금’으로 1.20%였다.
6개월 기준으로는 SH수협은행의 ‘사랑해독도정기예금’·‘정기예금’이 1.05%로 가장 낮았고, 한국카카오은행의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이 1.60%로 가장 높았다.
12개월 상품에서는 BNK경남은행 ‘마니마니정기예금’·SH수협은행 ‘사랑해독도정기예금’이 1.20%로 최저였다. 높은 곳은 전북은행 ‘JB다이렉트예금통장’은 1.90%였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 전망치에도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올해 2% 성장이 쉽지 않겠지만, 4분기에는 정부의 재정 노력 등 여러 변수가 있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대외여건 악화, 경제 체질 약화가 다 섞여서 만성질환”이라고 발언했다.
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를 기록하며 다시 0%대로 내려앉았다.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난 1분기를 제외하면 1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부진으로 기업 증시 상황도 안좋은데다 정부 규제에 부동산 투자도 막혀, 갈 곳 없는 투자자들이 은행에 대기자금만 넣어놓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