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GM 노조여도...생존권 위협하는 韓 vs 생존권 지키려는 美
같은 GM 노조여도...생존권 위협하는 韓 vs 생존권 지키려는 美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9.17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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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년 만에 이례적 총파업...전혀 다른 두 노조의 투쟁"
“임금인상 외친 한국GM 노조-일자리 내세운 미국 GM 노조”
한국GM 노조는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GM 노조는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체 GM이 노사갈등으로 잇따라 파업을 겪으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한국GM 노조에 이어 미국 GM 노조마저 총파업에 돌입했다.

연이어 두 노조가 사측의 만류에도 이례적으로 파업 깃발을 들면서 그 배경과 명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韓이어 美도 전면파업 선언...공통점은 ‘사상 초유의 사태’

한국GM과 미국GM 노조의 파업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평가된다. 전례없는 대규모 파업인 데다가, 생산량에서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국GM 노조원 1만여명은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부분파업이 아닌 전체 조합원이 전면파업을 전개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7년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적은 있었지만 2002년 제너럴모터스(GM)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에는 전면파업을 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문제는 투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GM 노조는 추석 연휴 기간인 12∼15일에는 특근을 거부하기도 했으며, 17일부터는 비정규직 복직까지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에 들어갔다.

미국 GM의 상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GM에 근무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16일(현지시각) 0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GM 노조의 전국적인 파업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 파업에는 UAW 소속 노동자 4만9000여명이 참여했다. 미국 내 10개 주에 설립된 GM 공장 30여 곳이 멈춰 섰고, 22개 부품창고가 문을 닫았다.

파업 첫째 날부터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노사가 협상을 재개했지만, 빈손으로 끝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날 노조 대변인 브라이언 로텐버그는 "노사 협상에서 고작 2% 합의했을 뿐, 나머지 98%에 대해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면서 "파업이 조금 길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 두 노조의 전혀 다른 목소리...韓 임금인상 요구 vs 美 고용불안 타개

두 노조의 파업은 노사갈등에서 촉발됐으나, 명분은 전혀 다르다.

한국GM 노조의 요구안은 ‘임금인상’으로 요약된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협상 단체교섭 과정에서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요구안에 대해 사측이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하자, 노조가 전면파업을 택한 것이다. 사측은 그간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노조원 평균 연봉에 1억에 달하는데, 굳이 투쟁에 나설 필요가 있었느냐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상황 속에서 노조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GM 본사에 철수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이미 구조조정의 쓴맛을 본 미국 GM 노조는 ‘고용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히려 명분이 부족한 한국GM 노조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작년 말 GM이 미시간과 오하이오 조립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4개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수 만명의 GM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앉게 됐다. 이에 이들은 지난 2009년 GM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급여 삭감에 동의하면서 희생을 감수한 데 대한 배신이라면서 파업에 나서게 됐다.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공장폐쇄와 정리해고 중단을 외치면서 동시에 임금인상, 의료보험 등 복지 개선, 수익 공유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일단 미국 현지에서는 GM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파업에 따른 손실이 하루 최대 1억 달러에 육박해 오히려 급한 쪽은 GM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해법을 찾고 있다”면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일각에선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을 일부 수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사 양측간 합의를 촉구하고 있어 노사 합의가 진전을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노조가 명분없는 파업을 전개하면서 이미 GM 본사에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라면서 “미국 GM 노사와 달리 한국GM 노조의 파업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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