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씹던 칠공주파` 그리운 서울뒷골목
`껌씹던 칠공주파` 그리운 서울뒷골목
  • 북데일리
  • 승인 2006.03.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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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女海賊

면도칼을 씹어대던 주인집 작은 누나는 삼선교 칠공주 가운데 넷째였다 첫째와 셋째는 미아리에서 영역 싸움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갔고 둘째는 같은 날 도망쳤다가 제명되었으며 다섯째는 덜컥 임신했고 여섯째는 가출해서 연락두절이었으며 일곱째는 개과천선했다 남은 건 너덜너덜해진 누나의 입안뿐이었다

2.장밋빛 모퉁이의 남자

이상필은 삼선문방구집 둘째 아들이다 늘 총천연색 크레파스를 갖고 다녔던 우리 반 친구다 그 친구 삶도 무지개빛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반장이었지만 고등학교 때에는 삼선극장 뒤편 골목길에서 중학생들의 삥을 뜯고 다녔다 장밋빛으로 시작해서 검은빛으로 완성한 그림이었다.(권혁웅 ‘불한당들의 세계사’중)

3. 골목길 키드, 건축가 임석재

초등학교 때 구석진 골목에서 두꺼비집을 짓는 소꿉놀이를 좋아했던 그는 남의 집 살림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한남동 아현동 이태원 등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을 찾아다니며 문학에 심취했다. 미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관심사는 어릴 적 골목길이다. 카메라와 수첩으로 그린 서울의 골목길 풍경은 그가 돌아가고픈 건축의 고향이다.

4. 다시 삼선짬뽕 같은 삼선동에서

삼선1동은 한성대 앞 동네로 흔히 삼선교라고 부른다. 삼선1동의 조형적 특징은 계단이다. 쭉 뻗은 계단, 넓은 계단, 좁은 계단, 꺾인 계단, 막힌 계단 등 다양하다. 그 구조도 복잡하면서 불규칙적이다. 또한 계단과 집이 만나는 자투리 공간도 독특하다. 지금도 골목길을 돌아서면 칠공주 누나의 면도날과 삼선극장 뒷골목 형들의 침이 날아올 것 같다.

임석재의 <서울, 골목길 풍경>(북하우스.2006)을 펼치면 계단길, 갈림길, 막다른 길 등 우리네 삶의 여로와 비슷한 길들이 추억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세운상가 키드 시인 유하, 헐리우드 키드 정지영 감독에 이어 골목길 키드가 오래된 두꺼비집을 짓자고 노래하고 있다.

“두껍아 두껍아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

[북데일리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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