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의 '반란'...‘10대 건설사’ 타이틀 견뎌낼까
호반건설의 '반란'...‘10대 건설사’ 타이틀 견뎌낼까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7.29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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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시공능력평가 10위 차지...매우 이례적인 일
"높은 주택의존·약한 브랜드 인지도 등 과제 많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2019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2019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호남을 지역구로 둔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10대 건설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0대 건설사는 톱 10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음은 물론, 재개발·재건축 등 도급사업 수주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호반건설은 전국구 대형건설사로 도약하게 됐지만, 업계에선 아직까진 10위권의 건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분양말고는 비빌 언덕 없어’...여전히 높은 주택의존도가 과제

29일 국토교통부는 2019년 시공능력평가에서 호반건설이 평가액 4조4208억원으로 10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계열사인 호반을 흡수합병으로 단박에 6계단 오르면서 처음으로 10대 건설사에 진입하게 됐다. 건설업계는 이를 '반란'이라고 부를 만큼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간 10대 건설사들은 해외 플랜트와 국내 주택사업의 투트랙 전략으로 탄탄한 실적을 냈으며, 모그룹의 든든한 배경 아래 굵직한 사업을 맡아왔다.

이와 달리, 호반건설은 주택사업 하나로 급성장해왔다.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사 등이 분양한 저렴한 공공택지를 낙찰받아 아파트를 분양해 수익을 냈다. 이후 2005년 서울로 본사를 옮기고 ‘호반베르디움’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무난히 수도권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주택사업에서는 분양 단지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다는 ‘분양률 90%’ 원칙과 부채를 최소화하는 ‘무차입경영’ 원칙을 내세워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수주로 고군분투하는 사이, 호반건설은 안정적인 분양수익으로 연간 매출액 1조원, 자산총액 7조원대 건설사로 급성장했다. 현재 호반건설의 주택사업 매출 비중은 90% 안팎이다. 10대 건설사의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평균 60%에 육박하는 것보다 월등히 높다.

"재도약 계기" "포트폴리오 재편없인 어려워" 엇갈린 전망

그러나 이 같이 주택부문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장기적으로 위협요소로 꼽히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경기 침체가 말해주듯, 건설업 호황이 '먼 옛날 일' 같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분양가 통제와 재건축 옥죄기로 인해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

이에 따라 주택사업보다 해외사업 등 비(非)주택사업 비중을 높여야 건설사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호반건설이 그간 ‘양적 성장’만 추구한 것도 명실상부한 10대 건설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를 과거 대거 낙찰받아 이를 다른 계열사에 헐값에 넘기는 이른바 ‘벌떼 입찰’로 곳간을 채워왔다. 이 때문에 택지를 단순 시공만 하는 건설사보다는 두둑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공택지 공급이 끝물을 보이면서 더 이상 쏠쏠한 재미를 보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이 주택사업에서 수익성 높은 사업이지만, 쟁쟁한 건설사들과 경쟁을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를 노려왔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다.

앞서, 지난 2016년 10월 호반건설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 7차 재건축 후보등록 당시 입찰보증금을 570억원이나 내세웠지만, 대림산업에 밀렸다. 통상 입찰보증금 70억 안팎인 것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쓴맛을 본 것이다.

같은 해 12월 방배동 경남 아파트 재건축 수주에서는 경쟁사 GS건설보다 공사비를 2226억원 낮게 책정했지만, 시공권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호반건설의 10대 건설사 진입이 ‘강남 입성의 꿈’ 실현과 함께 재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 전망과 주택사업의 획기적인 포트폴리오의 재편없이는 '반란'을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는 부정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상위 건설사들의 순위변동이 크지 않은 것은 굵직한 해외플랜트 사업 때문"며 "주택경기가 불확실 한데다가 큰 호재가 없는 호반건설이 ‘빅10 타이틀’을 얼마나 유지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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