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사람들 `세상에 없는 책`
세상에 없는 사람들 `세상에 없는 책`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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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경인방송 ‘두시의 폭탄’ DJ. 옥소리 남편?), 박형준(탤런트? 한나라당 국회의원?), 문태준(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 김선우(워싱턴 내셔널즈 투수?), 허수경(톡톡 튀는 진행으로 열성팬 많은 방송인?), 박용하(드라마 `겨울연가`의 욘하짱?), 이선영(한국타이어 소속 레이싱걸?), 김소연(슈퍼모델이자 드라마 `인간시장` 김상중의 연인?)...

인터넷 인물검색 코너에서 이들 이름을 찾아보면 이렇듯 방송계에서 활약하는 연예인 정보가 눈에 쉽게 뛴다. 그러나 눈을 밑으로 조금만 더 내려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또 다른 인물정보가 잇따른다.

박 철: 1960년 서울 출생. 1987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등

박형준: 1966년 정읍 출생.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춤> 등

문태준: 1970년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맨발> 등

김선우: 1970년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도화아래 잠들다> 등

허수경: 1964년 진주 출생.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등

박용하: 1963년 사천 출생. 1989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영혼의 북쪽> 등

이선영: 1964년 서울 출생.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일찍 늙으매 꽃꿈> 등

김소연: 1967년 경주 출생. 1993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극에 달하다> 등

이쯤하면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이 현재 우리 시단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시힘`과 `21세기전망` 동인들임을 금새 눈치챌 수 있다.

우리 시문학에서 왕성한 시작(詩作)을 뽐내고 있는 동인 `시힘`과 `21세기전망`이 합동 시화집 "세상에 없는 책"이 최근 도서출판 `작가`에서 기획, 출간됐다.

첫머리 주제비평에서 김춘식이 "웃지 않는 자, 의심이 없는 자, 천박한 자가 `예술의 적`으로 간주되듯이, 지금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동인지간의 만남과 소통 그리고 개방은 `자신감과 관용`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 듯 웃으면서, 의심하면서, 고귀한 감성으로 이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어지는 좌담코너를 재구성해 본다.

사회: 권혁웅(시인, 문학평론가)

토론: 차창룡, 함성호(이상 21세기전망), 고운기, 나희덕(이상 시힘)

권혁웅: 시힘의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고운기: 시힘은 지역이나 연고가 아니라, 시적인 모토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서정적인 전통과 방법, 그리고 사회적인 관심이 융합된 형태로 출발했습니다.

나희덕: 개성이 다르면서도 공유하는 지향이 있다고나 할까요. 즉 민중적 서정성에서 일상적인 경험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권혁웅: 21세기전망은 어떤가요.

차창룡: 처음에는 대중문화화 시의 결합을 과제로 삼았습니다만, 90년대 중반 이후 문화가 주류가 되어서 시를 흡수하는 양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의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가 근간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혁웅: 21세기전망이 시힘의 활동을 평가하신다면

차창룡: 시힘 멤버들은 (앙드레 선생님 버전으로) 굉장히 화려하고 시단의 중심에 있어요.

나희덕: 우리는 항상 변방에 있다고 생각해 왔는디......(웃음)

차창룡: 그럼, 변방이 곧 중심인 셈인가요(역시 웃음)

고운기: 오랜 세월동안 서로 얼굴을 맞대면서 시인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서의 어떤 위안이 시힘 동인의 힘이 아닌지. 마치 오래된 내복처럼......

함성호: 도시의 활력에 현혹되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에 자기 삶의 기반들이 논의되었다는 점이 21세기전망에게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권혁웅: 두 동인의 정체성을 말한다면

고운기: 어떤 측면에선 이질적인 분들이 이렇게 모여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농담인데, 21세기전망의 허수경, 함민복 시인과 시힘의 이윤학, 이병률 시인을 기회가 되면 맞트레이드 했으면...(웃음)

나희덕: 시힘이 삶의 구체성을 중시했다면 21세기전망의 시들은 지적인 관습에 대한 파격과 새로움을 보여주려고 했지요.

차창룡: 대중적 전위주의는 함성호형이 만들었는데, 생각보다는 대중적인 말이 아니에요.(웃음)

나희덕: 그러고 보니까 21세기전망에는 역설적이게도 아주 대중적인 시인은 없는 것 같아요. (웃지 않음). 시힘이 현실의 새로운 복원을 향해서 시적인 구조를 구축해 간다면, 21세기전망은 견고했던 문화적인 이데올로기의 틀을 해체하면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는 방식을 취했다고 할 수 있지요.

권혁웅: 한 동인의 역량은 그 동인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미학을 체현하는 시들과, 새로운 삶을 가리켜 보이는 시인들이 이후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좌담이 끝나면 1부에서 양애경 김백겸 김경미 고운기 안도현 정일근 최영철 박철 나희덕 이윤학 박형준 김수영 이대흠 문태준 이병률 김선우 등 시힘 동인들이 아름다운 시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윤제림 허수경 함민복 박용하 차창룡 함성호 이선영 김소연 심보선 윤의섭 연왕모 등 21세기전망 동인들의 시가 흘러나온다.

끝으로 `반시` `오월시` `시운동` `천몽` `21세기전망` `시힘` 동인 간판 스타들의 추억의 뒷풀이가 마련되어 있다. 어쩌면 박철 시인의 멋드러진 기타 소리에 빠져볼 수 있을 듯 하다.

순수문학의 위기를 얘기하는 지금, 업혀 있던 배고픈 아이가 홀로 달맞이 꽃길을 걸어가고, 귀퉁이가 접혀진 반월이 다시 펴져 `닭이 뛰고 오리가 나는` 진정 "세상에 없는 책"이 시를 사랑하는 독자와 문학인에게 많이 사랑받기를 희망한다. (사진 = 왼쪽부터 차창룡, 박철, 함민복, 이선영, 윤의섭, 윤제림, 연왕모, 김백겸, 김선우, 문태준, 양애경, 고운기, 최영철) [북데일리 김연하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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