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강성노조'...르노삼성 노조가 보여준 메시지
'백기 든 강성노조'...르노삼성 노조가 보여준 메시지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6.13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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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끌어온 임단협...2시간30분 만에 잠정합의 도출"
"파국 다가오자...벼랑 끝 르노삼성을 구한 노조원"
지난 12일 오후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속전속결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속전속결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 타결로 오랜만에 한시름 놓게 됐다.

13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이날부터 다시 주·야간 2교대로 전환하면서 근무를 정상화했다. 공장 내 근무자들은 생산라인 가동에 분주하다.

하루 전날만 하더라도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으나, 노사가 전면파업과 부분직장 폐쇄라는 초강수 대치를 접고, 대화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 긴박했던 ‘일 주일’...파업동력 잃자 백기 든 노조집행부

1년간 대치했던 르노삼성 노사가 새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은 전면파업이 시행된 이후부터다.

이달 초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 재협상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5일 오후 5시45분부터 전면파업을 시행한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업계에서는 전면파업에 따른 생산량 감축으로 자칫 르노삼성이 한국GM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닌지 우려했다.

예상과는 달리, 노조의 파업지침에도 조합원들의 절반가량이 출근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전면파업 지침을 내린 당일인 5일 오후에는 약 900명의 야간근무 근로자 중 300명가량이 현장에 남아 생산라인을 가동했으며, 현충일인 6일에는 당초 예정했던 엔진공정 특근 근무자 69명 중 67명이 출근했다. 7일부터는 주·야간 근로자의 60%이상이 정상출근을 택했다.

사실상 무늬만 전면파업이 된 꼴이 됐다. 이는 1년간 노조집행부의 강경투쟁에 다수의 조합원이 피로감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르노삼성이 생산절벽에 내몰리면서 공멸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노조 내부에서도 노조집행부를 몰아내자는 ‘탄핵론’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노 간 분열이 격화되는 사이, 르노삼성 사측은 12일부터 부분 직장폐쇄를 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노조를 압박하기에 나섰다. 이는 노조의 파업동력을 더욱 무력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로 인해 궁지에 몰리자, 노조는 결국 백기를 들게 됐다. 파업 시행 8일 만에 전면파업을 접고 사측과 협상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측도 부분 직장폐쇄 조치를 철회하면서 양측은 곧바로 당일 임단협 재협상을 재개하게 됐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협상은 2시간30분 만에 속전속결로 잠정합의안을 이끌었고, 노사 관계는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번에 도출된 잠정합의안이 오는 14일 찬반투표를 최종 통과하면, 르노삼성은 1년 가까이 끌어온 임단협을 매듭짓게 된다.

업계에서는 노사 모두 기나긴 진통을 겪어온 만큼 잠정합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벼랑 끝 르노삼성...생존 위협에 노조원들 강성노조에 반기

이번 잠정합의안이 도출되는 데에는 노조원들의 파업이탈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노조집행부의 파업 동력을 약화시켜 협상테이블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

이번에 노조원들이 집행부에 반기를 든 것은 ‘생산절벽’ 위기 때문이다.

이미 노조가 60여 차례에 걸쳐 250시간 이상의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르노삼성차 생산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수출용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도 40%나 줄어 생산감소에 시달렸다.

가장 큰 문제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내년 이후 생산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신차 XM3 유럽 수출용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그러나 전면파업이 길어지면, 르노그룹 내 르노삼성 신뢰가 흔들리면서 수출물량 배정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수출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시, 부산공장은 폐쇄 수순을 밟게 된다. 마치 지난해 6월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처럼 말이다.

이 같은 우려감이 팽배해지자, 노조원들의 절반 이상은 파업이탈을 택하게 됐다.

특히, 업계는 노조지도부의 지침을 외면한 채 노조원들이 출근한 것을 두고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강성노조가 많은 완성차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이러한 노조원의 선례가 현실을 외면한 강성노조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고임금·저효율’ 생산구조는 경쟁력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바로잡으려고 해도 강성노조에 막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에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국내 투자를 중단하고 해외로 발을 돌린 상태다. 현재 가동 중인 완성차 생산공장 중 가장 최근에 신설된 곳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이다. 이마저도 1995년에 세워져 20년이 넘은 상태다.

그보다 1년 뒤인 1996년에 지어진 한국GM 군산공장은 가동률 저하로 지난해 6월 폐쇄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현재 회사가 직면한 현실을 깨닫고 더 멀리 봐야한다”며 “강성노조가 기득권을 버리지 않는 이상 국내 자동차업계는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 구조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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