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신종자본증권 발행 급증에 ‘브레이크’ 건 금융당국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발행 급증에 ‘브레이크’ 건 금융당국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06.11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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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보험사 자본확충 중 신종자본증권 42% 차지
IFRS17 앞두고 자본확충 고민 깊어지는 중소형 보험사
내달부터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자기자본 범위 내로 한정된다. 지금까지는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한도가 없었다. (사진=픽사베이)

[화이트페이퍼=박재찬 기자] 내달부터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자기자본 범위 내로 한정된다. 지금까지는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한도가 없었다. 오는 2022년 새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두고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달부터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자기자본 한도 이내에서만 발행 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감독규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감독규정이 신설되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후순위채와 마찬가지로 자기자본 이내로 제한된다.

■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발행 한도 규제, ‘자기자본 만큼만’

그동안 발행 한도 규제가 없던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한도를 금융당국이 규제하는 이유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선 보험사들이 고금리 신종자본증권을 무리하게 발행하며,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커졌고, 결국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오는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핵심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는 크게 증가한다. 최근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상증자,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은 가장 대표적인 자본확충 방안으로 꼽힌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후순위채를 선호했지만, 지난 2016년 신종자본증권을 자본확충 방법으로 허용하면서 발행이 급증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이다.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고 재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영구채 성격을 띠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을 인정받는 증권으로 이자비용은 이익잉여금에서 배당 형태로 차감되며, 만기가 긴만큼 금리는 후순위채보다 높다.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지난 2016년 이후 급증했다. 지난 2016년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총 1440억원으로 전체 자본확충 1조3187억원에 10.9%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1조7521억원으로 전체 확충한 자본 4조5633억원의 38.3%를 차지하며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는 가장 많은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됐다. 지난해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2조60억원으로 처음으로 후순위채와 유상증자를 넘어섰다. 지난해 보험사는 총 4조7449억원의 자본확충을 했고, 이중 신종자본증권은 42.2%를 차지했다. 올해는 후순위채만 5800억원 발행했을뿐 아직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없다. 하지만 오는 3분기 중 한화생명이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지난 2016년 이후 급증했다. (표=화이트페이퍼)

IFRS17 앞두고 자본확충 고민 깊어지는 중소형사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한도 규제로 중소형사의 자본확충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보험사의 RBC비율은 200~300%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RBC비율은 요구자본(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손실 예상액) 대비 가용자본(손실을 보전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비율로 측정된다. 보험업법상 RBC는 100% 이상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는 지난해 말 기준 RBC 104%의 MG손보 뿐이다.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에 맞춰 K-ICS(킥스)를 도입해 보험사의 자산건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IFRS17 및 킥스 도입시 보험사의 RBC는 지금보다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200~300%를 상위하는 RBC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RBC 200%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는 DB생명 177%, DGB생명, 172%, 흥국생명 185%, 롯데손보 155%, 농협손보 176%, 흥국화재 173% 등 중소형보험사들로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KDB생명은 RBC 215%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올해 14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만기 등으로 24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11조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에 나선 보험사들이 오는 2022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더 많은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금리 영향으로 보험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종자본증권 발행 한도 규제까지 겹쳐 보험사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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