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이어 건설까지...불황 속 ‘밥그릇 싸움’에 멈춰선 현장
조선에 이어 건설까지...불황 속 ‘밥그릇 싸움’에 멈춰선 현장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6.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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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고용불안...건설·조선업계 모두 불법파업 기승"
"직면한 현실 뒤로한 채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4일부터 동시파업을 벌이면서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멈춰서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4일부터 동시파업을 벌이면서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멈춰서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대한민국 산업현장 곳곳은 '묻지마'파업이 한창이다. 조선산업 노조뿐 아니라 건설 노조도 대규모 파업에 나섰다.

이들 파업은 ‘고용불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론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냐는 평가다.

이 때문에 총파업을 벌이는 노조가 산업 현실을 외면한 채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양대노총 건설노조 총파업에 '초비상'...타워크레인 2500대 멈춰서

31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들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전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80%가 멈춰섰다. 총 3000대 타워크레인 중 2500대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건설현장은 마비됐다.

이번 총파업을 진두지휘한 양대 노총은 사측에 임금 인상을, 정부에겐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의 노조원을 우선 고용해야한다’며 힘겨루기를 벌였던 양대 노총이 총파업에서만큼은 손을 잡은 것이다.

앞서, 양대 노총 소속 건설노조원들은 지난달 서울 강남 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 건설현장에서 “자신들의 조합원에게 일자리를 더 달라”며 경쟁하듯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잦은 충돌과 고공 농성으로 인근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들 노조 간 힘겨루기는 건설 불황에 따른 구인난에서 시작됐다. 당초 개포8단지 재건축 현장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추가 인력 보충으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현장에 발을 들이려하자 이를 민주노총이 막아서면서 다툼이 벌어졌다.

이번에 양대 노총이 함께 벌이는 타워크레인 총파업 역시 ‘밥그릇 싸움’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소형 무인타워크레인이 확대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총파업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들 노조는 원격조정인 소형 무인타워크레인이 각종 안전사고 발생 확률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토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히 소형 타워크레인에 더 사고가 많다는 주장에 뚜렷한 근거가 없고, 일부 시민단체나 노조가 제시한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 통계는 비공식적일 뿐 아니라 '사고'에 대한 정의도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무인 자동화’에 따른 기술적 진보를 기존 건설노동자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4차산업혁명으로 산업 전반의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면서 “공사현장 역시 건설기계의 첨단화로 기존보다 생산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지만,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혁신이 발목 잡힌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 바람 잘 날 없는 조선업계, 강경투쟁에 '신음'...현대重 노조, 연일 파업 

조선업계 역시 ‘밥그릇 싸움’이 진행 중이다. 조선산업 불황의 해결책으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됐지만, 양사 노조 모두 구조조정을 우려하면서 투쟁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주총회 무효화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전면파업에 이어 이날에는 오전 9시부터 7시간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열린 주총에서 당회사가 주총장을 기습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주주들이 장소와 시간을 충분히 알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주총의 핵심 안건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첫 단계인 회사의 물적분할이었다.

그간 노조는 회사를 물적분할하면,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가고, 수 조원대 부채 대부분은 신설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돼 구조조정 사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노사 갈등을 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를 위해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다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현장실사단은 오는 14일까지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의 현장실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를 막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조선소 입구에 노조원들을 배치했으며, 이날부터 당직 체제로 24시간 현장실사단 진입 여부를 감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양사의 합병을 조선업 구조조정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글로벌 1·2위 조선사의 합병으로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출혈경쟁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조선업 전반의 위기를 외면한 채 노조들이 ‘기득권 지키기’를 위해 맹목적으로 반대만 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물적분할 이후에도 사사건건 인수작업에 제동을 건다면 한국 조선업의 체질 개선은 더뎌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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