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 확인한 정몽구 총수직 유지...건강검진 결과까지 제출"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변 없이 재계 2위를 수성했고, 총수를 정몽구 회장으로 유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과 이들 기업집단을 실제로 지배하는 동일인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현대차의 재계 순위와 동일인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일단 자리는 지켜낸 것이다.
■ 접전 치열한 재계 2위...현대차 턱밑까지 추격한 SK
올해 재계 순위에서 삼성그룹은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나, 2위 자리를 둘러싼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접전은 치열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현대차의 부진과 SK의 약진으로 재계 서열이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의 '2019년 상호출자제한집단‘에 따르면 현대차는 자산총액 223조500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이어 SK가 218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는 1년 만에 격차가 33조2000억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1년간 자산총액을 8000억원 늘리는데 그친 반면, SK는 28조500억원이나 불렸다.
이처럼 SK가 자산 규모를 크게 늘리게 된 것은 반도체 슈퍼호황 덕분이다. SK의 주요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실적 신기원을 이뤄낸 데다가, 공장증설에 꾸준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10조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증설로 SK하이닉스의 몸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SK가 현대차를 제치고 2위 자리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 정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의 환율 약세, 중국시장의 판매 저조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1년간 반도체 호황과 함께 ADT캡스, AJ렌터카 등을 인수하면서 자산총액을 급속도로 늘렸다"면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말 재계 2위가 뒤바뀔 공산도 적지않다"고 설명했다.
■ 정의선체제 신호탄 쐈지만...건재한 정몽구 총수직 유지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은 정몽구 명예회장으로 유지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더라도 하더라도 여전히 정몽구 회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그룹 핵심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를 맡으며 그룹의 명실상부한 수장으로 등극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정의선 부회장을 새 총수로 맞이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다가 정몽구 회장이 건강악화로 대외 활동을 중단한 것도 총수 변경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올해 만 81세가 된 정몽구 회장은 최근 1~2년간 그룹 공식행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으며 ’건강이상설‘이 돌기도 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삼성그룹의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각각 직권 변경한 바 있다. 건강악화로 그룹 내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올해 현대차의 동일인 지정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정몽구 회장의 총수 지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현대차로부터 정 회장의 자필서명과 건강 상태에 대한 의사소견서를 받았다"면서 “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자필서명과 건강소견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몽구 회장을 동일인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재계에서는 승계작업을 벌이고 있는 정의선 총수시대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총수가 실질적으로 경영에 나서지 않더라도 사망 전까지는 기존 총수가 동일인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정몽구 회장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총수교체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